등대풀 책읽기
고흥군 금산면 오천마을 바닷가에서 ‘등대풀’을 바라본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았고, 바닷바람 매섭게 부는데, 너 등대풀은 참 야무지고 씩씩하게 돌틈에서 돋아서 자라는구나. 그런데, 네 이름은 ‘등대풀’이 아니었다지. 아니, 일본에서는 일본 풀학자가 너를 두고 ‘등대풀’이라 이름을 붙였다지만, 한국말은 ‘등잔’이고 일본말은 ‘등대’라지. 그렇지만, 한국 풀학자는 한국말을 옳게 몰라 ‘등잔풀’ 아닌 ‘등대풀’이라 네 이름을 붙였고, 오늘날까지 이 일본 풀이름이 고스란히 쓰인다지.
백 해나 오백 해나 천 해쯤 앞서, 이 시골마을에서 살던 할매 할배는 어떤 이름으로 너를 맞이했을까. 너는 이 나라 시골마을에서 어떤 이름을 받으며 오늘까지 이렇게 씨앗을 맺고 뿌리를 내리며 함께 살아왔을까. 생각해 보면, 등대이건 등잔이건 ‘불’이로구나. 불을 밝히는 빛나는 꽃답다는 네 모습이요, 불을 밝히는 받침이 있구나 싶은 네 모습이라면 ‘불받침꽃’일까. ‘불꽃받침풀’일까. 434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