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 고인돌 그림책 14
이오덕 글, 김용철 그림 / 고인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45

 


하느님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
 이오덕 글,김용철 그림
 고인돌 펴냄,2012.3.20./12000원

 


  아이들은 참새를 바라보면 참새를 그립니다. 아이들은 나무를 바라보면 나무를 그립니다. 아이들은 꽃을 바라보면 꽃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할머니를 바라보면 할머니를 그립니다.


  우리 집 여섯 살 큰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림을 참 잘 그립니다. ‘잘 그린다’는 말은 그림솜씨가 빼어나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스스로 그리고픈 대로 마음껏 그린다는 소리입니다. 여섯 살 아이답게 손가락에 힘을 주어 즐겁게 그림을 그립니다.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그림이 아니요, 어디에 자랑하려는 그림이 아닙니다.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린 그림입니다. 그리고 싶어 그리는 그림이요, 아이 스스로 마음을 쏟아 좋아하고픈 벗님을 옮기는 그림입니다.


  나도 아이 곁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내가 바라보는 여러 가지를 그립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며, 내가 아끼는 여러 가지를 천천히 그림으로 그립니다.


  오래도록 바라보았으면 그림이 술술 나옵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담았으면 그림이 살살 나옵니다. 오래도록 좋아하고 즐겼으면 그림 그리는 손이 홀가분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에 연필을 쓰거나 볼펜을 쓰거나 크레파스를 쓰거나 붓을 쓰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와 나는 ‘그림을 즐겁게 그릴’ 뿐입니다. ‘그림 작품을 만들’거나 ‘대회에 내보낼 예술을 만들’지 않아요.


.. 참새들은 가난한 노점장수 ..


  이오덕 님 시에 김용철 님이 그림을 붙인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고인돌,2012)를 봅니다. 그림책 빛깔이 무척 환하며 곱습니다. 노오란 빛살이 해님처럼 밝게 비춥니다. 이 그림책 들여다볼 어른과 아이는 두 눈 가득 어여쁜 무지개빛을 누리겠구나 싶습니다.


  이오덕 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싯말은 노래처럼 흐릅니다. 김용철 님이 담은 그림은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집니다. 우리 창작그림책이 어느덧 이만큼 발돋움했구나 싶어 놀랍니다. 빛깔이며 빛결이며 빛무늬이며, 아이와 어른 모두 즐거운 웃음꽃 피울 만하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참새 모습이 참새답지 않구나 싶어요. 왜 아이들 흉내를 내며 그림을 그릴까요. 어른은 어른대로 그리면 돼요. 괜히 아이들이 참새 그리는 흉내를 내지 말아요. 게다가 참새 눈빛이 너무 흐리멍덩해요.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참새를 가만히 바라보셔요. 한 시간쯤, 두 시간쯤, 세 시간쯤, 참새 곁에서 마치 나무가 된 듯 조용히 서서 참새를 바라보셔요. 참새가 내 어깨에 내려앉아 째째째 노래할 때까지 빙그레 웃으면서 참새를 바라보셔요. 조그마한 몸집 조그마한 눈망울인 참새를 바라보셔요.


  고 작은 눈망울이 얼마나 빛나는지 느껴 보셔요. 그리고 내 아이이든 이웃집 아이이든, 아이들 눈망울을 들여다보셔요. 어떤 빛이고 어떤 샘이며 어떤 이야기인지 느껴 보셔요. 그림책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를 가로지르는 빛느낌은 아주 포근하며 따사롭습니다. 그런데, 참새를 비롯해서, 이 그림책에 나오는 여러 목숨들 눈빛은 그닥 맑지 못해요. 왜 그럴까요?


  나뭇잎이나 풀잎을 찬찬히 그리지 않는 그림은 안 반갑습니다. 시골집 돌울타리를 너무 쉽게 그리는 그림은 안 달갑습니다. 시골집 할아버지 할머니는 돌울타리를 아주 천천히 아주 온마음 들여 아주 오랜 나날 쌓아요. 시골집 돌울타리라고 해서 그저 동글동글 몽글몽글 그리지는 말아요. 시골집 돌울타리가 어떤 모양이고 무늬인지 손으로 만져 보고, 몸소 쌓아 봐요. 그러고서 시골집 돌울타리를 그려 주셔요.


  그리고, 그림 그리는 분들은 꼭 자전거를 타기를 빌어요. 도시를 벗어날 적에 자전거를 타 보셔요. 도시부터 시골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 보셔요. 도시에서 부는 바람과 시골에서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요. 시골마을 바람결에 묻어나는 들내음과 숲내음을 느껴요. 자, 이렇게 느낀다면 ‘자전거 생김새’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함부로 그리지 않겠지요. 한국 그림책 작가 가운데 ‘자전거를 자전거답게 그리는’ 분을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에서도 자전거 모습은 엉터리입니다. 아이들도 자전거를 이렇게 그리지는 않아요. 잘 살펴봐요.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그리는 자전거 그림이랑, 자전거를 안 타는 아이들이 그리는 자전거 그림을 잘 살펴봐요. 자전거가 어떻게 생겼고, 자전거가 구를 때에 어떤 모습인지 곰곰이 지켜봐요. 오늘날 그림책 작가치고 ‘자동차’를 못 그리는 분은 없어요. 왜 그러겠어요? 다들 자가용을 굴리거나 자동차를 쉽게 얻어 타고, 어디에서나 자동차를 만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참새를 이웃으로 마주한 다음 참새를 그려요. 들판과 멧골을 이웃으로 어깨동무한 다음 들판과 멧골을 그려요. 자전거를 타는 삶이 되면서 자전거를 그려요. 구름하고 동무하면서 구름을 그려요. 꽃과 풀과 나무랑 한식구처럼 지내면서 꽃과 풀과 나무를 그려요. 그러면, 그림솜씨가 이러하거나 저러하거나를 떠나, 사람들 가슴속에 따순 사랑을 심는 아름다운 그림책 하나 빚을 수 있어요.


  하느님 마음이 되어 그림을 그려요. 이오덕 님은 하느님 마음이 되어 시를 썼어요. 이 시는 하느님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즐겁게 누려요. 우리 모두 하느님 마음이 되어 그림책 즐길 수 있기를 빌어요. 서로서로 하느님 마음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꿈을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그림책 읽는 시골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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