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도림역, 당산역, 합정역
신도림역. 사람물결로 넘치는 곳에서 늘 갖은 기계소리 귀를 때리면, 이곳에서 스스로 어떤 생각을 길어올리거나 찬찬히 짓거나 나눌 수 있을까. 사람을 ‘물결’ 아닌 ‘사람’으로 느끼려면 어떤 눈빛이어야 할까. 사람한테 ‘치이’지 않고 사람을 ‘껴안으’려면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당산역. 손전화에서 내뿜는 전자파가 서로서로 감돈다. 전자파 가득한 지하철이 달린다. 서울 어디에서나 무선인터넷 쓸 만하리라. 서울은 ‘전자파 숲’일까. 전자파에 갇히기도 하지만, 전자파를 스스로 불러들인다. ‘나무 숲’이 드문드문 있어도 나무와 숲을 바라볼 겨를·마음·생각·눈길이 깃들기 어렵다. 어쩌면, 서울에는 풀이나 나무가 있을 까닭 없는지 모른다. 서울에는 시멘트·아스팔트·대리석·쇠붙이·플라스틱·석유·전기만 있으면 될는지 모른다. 어느새 지하철이 당산역 지나 한강을 가로지른다. 햇살이 지하철로 스며든다. 밝다. 그래, 사람은 해를 보고 해를 안고 해를 먹고 해를 나누는 목숨이로구나.
합정역. 나는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려고 서울 신촌에 간다. 나는 작은 출판사 작은 일꾼 만나 작은 이야기 나누려고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다. 높고 낮은 건물 사이사이 작은 출판사 작은 이름표 붙는다. 작고 예쁜 책 꿈꾼다. 4346.1.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