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벌교 버스역 신문 책읽기
고흥에서 장흥으로 마실을 가려고 읍내를 거쳐 벌교 버스역으로 간다. 벌교 버스역에서 장흥을 지나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이들과 논다. 버스역이 참 넓다. 고흥 버스역은 아주 좁고 담배내음이 매캐해서 아이들과 놀기 힘든데, 벌교 버스역은 사람 발길도 적고 널따라니까 아이들이 이리 달리고 저리 뛰면서 놀기에 좋다.
시외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가판대 신문을 바라본다. 무슨 신문이 놓이는가 들여다보는데, 스포츠서울·한겨레·일요신문·동아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이렇게 여섯 가지만 있다. 응? 조선일보 없는 가판대가 있었나? 중앙일보도 없네? 전라도 가운데 전라남도라서 그런가? 재미있구나. 쇠돈 600원을 꺼내어 한겨레 한 부 산다. 그닥 읽을거리가 없어 한 번 휘 넘기고는 차곡차곡 접어 가방에 넣는다. 벌교에서 나오는 신문이었어도 읽을거리가 없었을까. 전라남도 이야기를 다루는 지역신문이었어도 읽을거리가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스포츠서울이라는 신문은 서울 언저리나 큰도시에서 벌어지는 운동경기 이야기를 다룬다. 매일경제나 한국경제라는 신문은 서울 언저리나 큰도시에서 벌어지는 돈 이야기를 다룬다. 한겨레나 동아일보라는 신문은 서울 언저리나 큰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이야기를 다룰 테지.
‘시골신문’은 없을까. 시골마을 시골사람 이야기를 다루어 시골어른과 시골아이 누구나 즐겁게 펼치며 읽을 만한 신문은 없을까. 시골에서 살아가는 즐거움과 시골마을 일구는 웃음꽃 노래하는 신문은 없을까.
어쩌면, ‘시골신문’은 없어도 될는지 모른다. 들꽃이 기사요, 나무 한 그루가 소식일 테니까. 구름을 읽으며 마음이 넉넉하고, 햇살을 읽으며 마음이 따사롭다. 숲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아름답다. 숲에 깃들어 두 눈을 살며시 감고 두 팔을 벌리면 푸르며 싱그러운 바람이 몸 구석구석 스며든다. 4346.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