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
친환경 농약과 친환경 비료를 써서 흙을 일굴 때에는 친환경 농업입니다.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아 흙을 일굴 때에는 유기 농업입니다. 그런데, 어떤 똥오줌을 쓰느냐에 따라 농사가 달라지지요. 집식구 똥오줌을 쓰느냐, 짐승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짐차로 잔뜩 받아 쓰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요.
텃밭조차 건사하지 못하는 도시사람 먹을 곡식과 열매를 거두려고 하는 유기 농업일 때에는, 흙을 일구는 분들 집식구 똥오줌으로는 거름을 못 댑니다. 어쩌는 수 없이 짐승우리에서 쏟아지는 똥오줌을 받아서 거름을 대고 맙니다. 그러면, 짐승우리에서 고기가 되려고 살을 찌우는 돼지와 소는 무엇을 먹으며 어떤 똥을 눌까요.
도시에서는 내 집 하나 마련하기조차 벅차기에 텃밭을 건사하는 일이란 더없이 말도 안 된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텃밭이란 땅이 없어도 건사할 수 있습니다. 작은 꽃그릇으로도 텃밭을 돌볼 수 있고, 다른 이 땅을 빌려 주말농장처럼 텃밭을 보살필 수 있어요. 마음이 있느냐, 생각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골하고 등진 채 도시에서만 살아가려는 사람들 먹을 ‘유기농 곡식과 열매’를 시골사람이 거두어들이는 일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됩니다. 도시사람이 공산품을 그리 깊이 헤아리지 않고 쓰듯, 도시사람 먹을 곡식과 열매 또한 공장에서 물건 척척 뽑아내듯 흙을 짓밟아 곡식과 열매를 척척 뽑아내듯 키울밖에 없습니다.
먹을거리가 달라지려면, 어떤 생협 어떤 직거래를 거쳐 먹을거리를 얻느냐 하고 알아보는 몸짓으로는 모자랍니다. 먹을거리가 달라지려면, 밥을 먹을 사람들 삶이 나란히 달라져야 합니다.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스스로 삶을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흙을 만져야 합니다. 풀을 뜯어먹을 수 있어야 하고, 내 보금자리 둘레에서 풀(푸성귀)을 얻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스스로 삶을 고치지 않을 때에는, 허울만 좋은 친환경 농업 이름이 퍼집니다. 스스로 삶을 새롭게 일구지 않을 때에는, 유기 농업 하는 분들조차 ‘항생제와 사료 먹는 짐승’이 누는 똥을 거름으로 쓸밖에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친환경이니 유기이니 하는 이름부터 말놀이입니다. 말재주예요. 똥으로 농사를 지으면 ‘똥농사’이지, 무슨 ‘유기농’입니까. 4346.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