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고향인가

 


  읍내 저잣거리로 먹을거리를 사러 나가는 길에, 마을 어귀 버스타는곳에서 이웃 할머님을 뵌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마을회관에 선 ‘인천’에서 찾아온 커다란 ‘장례 버스’를 바라보며 말씀을 여쭌다. “마을에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어, 저기 (집) 허물고 마늘 심은 데 있잖여, 게서 살던 할머님인데 돌아가셔서 장례 치르러 서울서 내려왔지. 혼자 사셨는데 자식들이 다 서울 있으니께 돌볼 수 없어서 서울로 모셔서 지내다가 돌아가셔서 이렇게 왔지.”


  할머니 혼자 남도록 딸과 아들 모두 서울로 갈밖에 없었을까. 살아가지 않는다면 고향이라 할 수 있을까. 살아가지 않고 늙은 어버이만 남기는 데를 고향으로 여길 수 있을까. 죽어서야 겨우 딸과 아들이 찾아오는 이곳을 당신들로서는 고향이라 할 만한가. 아니, 서울로 간 딸과 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시골로 돌아와서 당신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살아갈 꿈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인가. 아마, 당신들도 서울에서 살다가 죽어야 비로소 고향이라는 데로 돌아오리라. 죽지 않는다면 고향이라는 데로 돌아올 일이 없으리라. 죽고 나면, 서울에 묻을 자리 없고 뼈조각조차 둘 자리 없으니 그제야 비로소 고향으로 오리라.


  그런데, 서울로 간 사람들한테 시골은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서울로 간 사람한테는 서울이 고향 아닌가.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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