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도서관에 있는 책 (도서관일기 2013.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집에서 다 읽은 책을 도서관에 갖다 놓는다. 나는 2007년부터 내 책들로 도서관을 열었기에, 내 책은 ‘먹고 자며 살아가는 집’이랑 ‘사람들 누구나 찾아와서 들락거리며 만지작거릴 수 있는 도서관’ 두 군데에 나누어 둔다. 인천에서는 한 해 반 동안 3층이 도서관이었고 4층이 살림집이었다가, 도서관이랑 살림집 깃든 건물임자가 지나친 구두쇠 짓을 하며 비 새는 건물을 안 고치기에 살림집을 다른 데로 옮겨 지냈다. 인천을 떠나 충북 음성 멧골집에서 지낼 적에는 살림집 바로 앞에 도서관을 놓았다. 다시 새 시골로 옮겨 전남 고흥에 뿌리를 내리면서, 살림집은 마을 한복판에 있고, 도서관은 마을 앞 문닫은 초등학교 건물에 놓는다.


  한 건물에 살림집과 책집이 있으면 책을 한결 잘 돌볼 텐데 하고 꿈꾼다. 시골집과 시골도서관이 가까이 있지만, 천천히 3∼5분쯤 걸어갈 자리에 있으니, 곁에 두고 볼 책을 자꾸 집에 쌓는다. 집에 책이 자꾸 쌓이니, 틈틈이 한짐 가득 꾸려 도서관으로 옮긴다. 집에는 살림살이 빼고 안 두어야 홀가분하다고 느끼지만, 글을 쓰거나 자료를 살피자면 집에 책이 없을 수 없다. 아이들이 들출 그림책이든, 옆지기가 들여다볼 뜨개책을 집에 두면서, 내가 보는 책도 집에 둔다. 조그마한 시골집에 책을 참 많이 둔다.


  내 도서관은 내 서재이다. 곧, 내 도서관에는 내가 읽는 책이 있다. 내가 바라는 책을 내 도서관에 두고, 내가 즐거이 읽으며 널리 나누고픈 책을 놓는다.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사람들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가서 저마다 ‘내 서재’를 누릴 수 있는 자리이다. 모든 책을 다 갖추어야 도서관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새로 나오는 책을 빠짐없이 갖추어야 도서관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동네마다 마을마다 작은도서관이 설 수 있기를 빈다. 굳이 새 건물 짓기보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살아가는 동네나 마을에 있는 오래도록 뿌리를 내린 알맞춤한 집을 도서관으로 고쳐서, 자그마한 도서관마다 다 다른 갈래 다 다른 책을 갖추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스무 평 또는 마흔 평쯤 되는 작은 집에 한 갈래 책만 갖춘다고 할까. 이쪽 마을 이쪽 집 작은도서관 하나에는 만화책만 있고, 다른 하나에는 그림책만 있으며, 또 다른 하나에는 사진책만 있다. 저쪽 동네 저쪽 집 작은도서관 하나에는 철학책만 있고, 다른 하나에는 소설책만 있으며, 또 다른 하나에는 시집만 있다. 이렇게 해서 시나 군마다 작은도서관을 서른 곳이나 마흔 곳쯤 마련한다. 다 다른 작은도서관은 다 다른 책빛을 누리고픈 사람을 지킴이로 둔다. 여느 살림집을 고쳐서 도서관으로 꾸리는 만큼, 도서관지기는 도서관에서 먹고 지낼 수 있다. 도서관지기는 이녁 집이면서 일터인 도서관을 지키니, 여느 사서하고는 사뭇 다르게 도서관을 일군다.


  이런 내 생각은 꿈일는지 모른다. 그래, 꿈이라 하겠지. 그러니까, 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나부터 내 꿈을 이루고 싶어 내 서재를 내 도서관으로 꾸몄고, 내 도서관은 내가 즐기는 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한 권 두 권 갖춘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 ‘서재도서관’을 열며, 서른 해 마흔 해 그러모은 책들로 아름다운 책빛 나누어 줄 수 있을 ‘작은도서관 꿈누리’가 이 땅에 사랑스레 뿌리내릴 나날을 바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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