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 사진을 읽는 사진

 


  사진을 읽고 싶은 사람은 ‘사진을 읽으’면 됩니다. 딱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사진을 읽고 싶으니 사진을 읽을 뿐입니다.


  문학이론이나 예술이론을 읽고 싶은 사람은 ‘문학이론이나 예술이론을 읽으’면 됩니다. 이뿐이에요. 더도 덜도 없습니다.


  사진을 읽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사진을 읽습니다. 곧, 나 스스로 사진을 꾸밈없이 바라보며 꾸밈없이 읽고 싶으면, 이대로 ‘꾸밈없이 읽으’면 되지요. 어떤 이론을 내세워 사진을 조각조각 자르고 싶으면, 이렇게 이론을 내세워 조각조각 자르면 돼요. 꾸밈없이 읽는대서 더 훌륭한 사진읽기는 아니고, 이론을 내세운대서 더 나쁜 사진읽기이지 않아요. 모두 스스로 즐기는 사진읽기입니다.


  누군가는 ‘배운 티를 내려’는 사진읽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배운 티를 내려고 해야지요. 이녁 삶이 이와 같은걸요. 누군가는 ‘바라보며 느낀 그대로’ 사진읽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바라보며 느낀 이야기가 절로 쏟아지는걸요.


  사진읽기란 삶읽기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가 느껴 읽는 사진’이 달라집니다.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결에 맞게 내 삶이 이루어지고, 나 스스로 즐기는 삶결에 맞춰 사진읽기가 거듭납니다. 사진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이론을 들춘다 한다면, 이녁은 여러 이론을 배우며 사진을 읽고 싶은 마음이니, 이 마음 그대로 사진과 만나면 돼요. 가슴에서 샘솟는 느낌을 찾아 사진을 깨닫고 싶다 한다면, 그저 내 눈과 가슴을 믿으며 사진을 만나면 돼요. 더 낫거나 덜 떨어지는 사진읽기는 없어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사진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이론을 배운 적 없을 뿐더러, 이론을 생각할 틈이 없으니, 그저 바라보고 느끼는 대로 사진을 맞아들입니다. 흐르는 사진을 바라보고, 흐르는 사진을 즐깁니다. 재미있구나 싶으면 재미있게 느끼고, 즐겁다 싶으면 즐겁다 느낍니다. 예쁘다 싶으면 예쁘다 느끼면 돼요.


  저마다 스스로 살아가는 모양새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무늬와 결대로 사진을 읽습니다. 나를 찾고 나를 생각하며 나를 읽으면 됩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즐기며 나를 빛내면 됩니다. 사진읽기는 바로 오늘 이곳에서 합니다. 내가 선 자리에서 내 모두를 들여 이룹니다. 434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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