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22] 아주까리 동백꽃


  둘레 어른들이 모두 ‘피마자’라고 말해서, 우리 집 뒤꼍이나 텃밭에서 자라던 풀을 ‘피마자’라고만 생각했다. 이 이름이 한국말 아닌 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풀이름을 잘 모른다고만 여겨, 어른들이 일컫는 이름을 그예 따라서 익히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한겨레가 예부터 일컫던 풀이름은 ‘아주까리’요, ‘피마자(蓖麻子)’는 ‘아주까리’라는 풀을 한자로 옮겨적은 이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아주 어릴 적에도 내 둘레 어른들은 ‘피마자’라는 한자말을 곧잘 썼구나 싶다. 어른들은 똑같은 풀 하나를 놓고 한쪽에서는 오랜 한국말(토박이말)로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자로 껍데기를 씌운 말을 쓰는 셈이다. 한편, 〈아리랑목동〉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아무리 고와도”처럼, 노래나 시에서는 으레 ‘아주까리’라 말한다. 이 노래를 그토록 많이 듣고 불렀지만, 정작 아주까리가 무엇이요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려 한 적이 없었다. 궁금해 하지 않았고, 가슴 깊이 느끼지 못했다. 그러면 “아주까리 동백꽃”에서 ‘동백꽃’은 무엇일까. 김유정 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강원도말로 ‘생강나무 꽃’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아주까리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 또한 생강나무 꽃은 아닐까. 남녘 바닷가 마을이나 제주섬에 흐드러지게 피는 동백나무 꽃일까. 참말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지만, 한국말을 슬기롭게 들려주는 어른을 보기 어렵고, 한국사람답게 한국말 빛내는 어른을 마주하기 힘들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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