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성과 사랑 - 건강한 성과 행복한 사랑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8
노을이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 철수와영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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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01

 


사랑하며 살아갈 나와 너
― 10대와 통하는 성과 사랑
 노을이 글,돌 스튜디오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2012.12.14/12000원

 


  두 아이 아버지로 살아가면서도 생각하지만, 나 스스로 한 사람 목숨 받아 찬찬히 살아오는 동안 ‘성교육’은 굳이 없어도 된다고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베풀 가르침이라면, 또 나 스스로 배울 가르침이라 한다면, 꼭 하나 ‘사랑교육’이면 넉넉하지 싶어요. 성관계·성문제·성평등 같은 대목은 굳이 이야기할 까닭이 없으리라 느껴요. ‘사랑하며 어깨동무할 삶’을 이야기하면 모든 실타래가 솔솔 풀릴 수 있으리라 느껴요.


.. 많은 기업과 방송 매체들이 성으로 돈을 벌기 위해 쾌락을 소비하도록 부추기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만들어 내요. 그런데 이들이 부르짖는 성의 자유 이면에는 성 소비를 위한 도구가 되어 자신의 성을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성매매 여성들이나 포르노 배우들이죠. 이들은 대부분 성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 그렇게 살아요. 그리고 비인격적인 대접을 받고 소외당하죠 … 대중매체들은 ‘원하는 대로 누릴 권리가 있다’는 핑계로 자극적이고 왜곡된 성 문화가 담긴 정보를 만들어 내고, 파괴적인 연애관을 담은 작품들을 쏟아 냅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네가 선택할 자유가 있다’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매체가 주는 자극에 익숙해지고 그 메시지를 믿도록 해요 ..  (16, 19쪽)


  내 어린 날과 내 푸른 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성교육도 받은 적 없지만, 사랑교육 또한 받은 적 없어요. 학교에서는 중학교 2학년인가 3학년쯤에서야 비로소 성교육이랍시고 비디오 한 번 보여주고 끝이었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성교육조차 없었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오직 대학입시 교육만, 아니 대학입시를 바라보는 문제풀이만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 동안 사랑을 배운 적이 한 차례도 없어요. 교사도 어버이도 사랑을 이야기하거나 다루거나 밝히지 않았어요. 교과서에서는 사랑을 들려주지 않고, 여느 책에서도 사랑을 말하지 않아요. 인문책은 인문사회과학 지식에만 파묻힌 채, 사람이 누릴 사랑을 깨우치도록 이끌지 않아요.


  사랑이 없는 삶이란, 슬프며 어둡고 퀴퀴합니다. 사랑이 없는 사람이란, 차갑고 매몰차며 어리석습니다. 사랑이 없는 나라란, 경제성장율이나 전쟁무기나 물질문명으로 치닫습니다.


  사랑 없는 채 돈만 밝히는 사람이란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가요. 사랑 없는 채 전문가라 우쭐거리는 사람은 얼마나 건방지고 무시무시한가요. 사랑 없는 채 지식을 앞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번드르르하면서 속은 텅 비는가요.


  꽃 한 송이도 사랑으로 핍니다. 풀 한 포기도 사랑으로 푸릅니다. 나무 한 그루도 사랑으로 우람합니다.


  힘이 없으면 힘이 있는 놈한테 잡아먹힌다고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엉터리입니다. 사랑은 없이 오직 껍데기로만 살겠다는 뜻인데, 사랑이 없으면서 어떤 삶을 누리겠어요. 사랑은 없으면서 힘으로만 누르겠다면, 차츰 늙어 힘이 빠지면 당신 또한 다른 힘센 놈한테 잡아먹혀야 한다는 소리일밖에 없어요. 힘을 앞세우거나 돈을 앞세우거나 이름을 앞세우는 짓은, 나 스스로 갉아먹는 바보놀음이에요.


.. 야동의 힘은 대단해요. ‘보기만 하는 건데 뭐 어떄?’라고 십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머리는 분명히 영향을 받고 있어요. 야동에서 강간을 하면 강간을 해도 되는 것 같고, 야동에서 여성이 성관계를 좋아하면 모든 여성은 성관계를 좋아하는 것 같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 보기에는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은 배우들은 사실 누구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우리의 이웃이에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죠. 야동은 결코 진실을 보여주지 않아요. 연출된 환상에 불과합니다 … 야동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진짜 성관계가 어떤 건지 말하지 않아요. 여러분 부모님은 야동에서처럼 성관계를 해서 여러분을 낳은 게 아니에요. 여러분의 엄마 아빠가 나눈 성관계는 쾌락과 욕구 충족만을 위해 나눈 관계가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따듯하고 부드럽게 공유한 관계예요 ..  (63, 76, 84쪽)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손길이 좋은 아이들입니다. 짓궂게 더듬는 손길은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따뜻하게 얼싸안는 품이 반가운 아이들입니다. 거칠게 다루는 품은 어느 누구라도 달갑지 않아요.


  따사로운 손길로 씨앗을 건사해서 흙을 살찌웁니다. 기름진 흙은 씨앗을 곱게 보듬어 튼튼히 뿌리를 내리도록 돕습니다. 밝은 햇볕은 여린 새싹이 싱그러운 풀포기로 자라도록 이끕니다. 맑은 바람은 풀줄기에 싯푸른 빛이 감돌도록 거듭니다. 시원한 빗물은 풀잎에 드리우며 고운 숨결 피워냅니다.


  사람도 짐승도 새도 풀을 먹습니다. 풀은 사람과 짐승과 새한테 먹이를 내어주며 스스로 한결 푸르게 빛납니다. 풀은 잎사귀를 내주어도 다시 새 잎사귀가 돋습니다. 풀은 뿌리째 내주어도 다시 새 뿌리를 내어 자랍니다.


  풀은 꽃도 잎도 열매도 씨앗도 모두 내줍니다. 그러고도 넉넉히 우거져서 풀숲을 이루고 나무숲을 이뤄요.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무엇을 만드는데, 이렇게 나무를 쓰고 또 써도 숲은 그예 우거집니다. 왜냐하면, 풀과 나무는 사람들하고 사랑을 주고받거든요. 사람들한테서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마음을 받으며 저희 몸통을 모두 내줍니다. 사람들은 풀과 나무를 고맙게 받아 쓰면서, 이녁이 늘 찬찬히 일구며 북돋운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마음을 사랑스레 건넵니다.


  어느 과학자는 따로 실험을 해서 ‘풀도 나무도 클래식 노래를 들으면 더 싱그럽고 튼튼하게 자란다’고 밝혀요. ‘풀도 나무도 사람들이 고운 말로 얘기하면 더 싱그럽고 튼튼하게 자라지만, 풀도 나무도 사람들이 거친 말을 마구 일삼으면 제대로 못 자라거나 시든다’고 밝혀요.


  굳이 과학을 빌지 않아도 어린이도 아는 일이에요. 어린이들은 ‘과학이라는 낱말을 몰라’도, 이녁 스스로 살살 예쁘게 풀잎 어루만질 때에 더 푸르게 빛나는 줄 몸으로 알아요. 어린이들은 ‘과학실험을 몰라’도, 이녁 스스로 가만가만 곱게 나무줄기 얼싸안을 때에 더 튼튼히 자라는 줄 마음으로 알아요.


.. 사랑은 정직하게 나의 마음을 보여주고, 또 상대의 진실한 마음도 수용할 줄 아는 가장 친밀하고 소중한 만남, 바로 ‘관계’예요 ’ 남성에게 스킨십이 중요하다면 여성에게는 정서적 관계가 중요해요. 여성은 임신과 양육을 하도록 성장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훨씬 신중해요. 이 사람이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는 채로는 섹스를 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있죠.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따지지 못해도 소녀들의 마음에는 이런 본능적인 경계선이 있어서 훨씬 고민도 많고 조심스러운 거예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스킨십을 거부하는 게 아니랍니다. 지금도 계속 사귀고 있는 이유는 도리어 많이 좋아하고 관계를 잘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 연애를 하는 데 진도가 왜 중요한가요 …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데 내가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 남자 친구는 지금 날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날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해 보고 싶은 거죠 ..  (86, 104, 105, 114쪽)


  사랑하며 살아갈 나와 너입니다. 사랑을 배우고 가르칠 나와 너입니다.


  다만, 학문으로 가르칠 사랑이 아닙니다. 삶으로 가르칠 사랑입니다. 삶으로 가르쳐, 삶으로 배울 사랑이에요.


  밥짓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밥을 차려서 함께 나누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빈 밥그릇을 치우며 설거지하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옷을 짓거나 깁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옷을 입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옷을 빨고 널고 개고 건사하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집을 짓고 손질하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집을 돌보며 즐거운 보금자리 되도록 꾸리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이리하여, 나를 사랑할 짝꿍을 찾는 길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내가 사랑할 짝꿍을 만나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기에 즐거이 가르치며 기쁘게 배웁니다.


  졸업장을 따려고 배우지 않아요. 자격증 때문에 가르치지 않아요. 졸업장으로 일자리를 얻어야 하니까 배우지 않아요. 자격증으로 뭔가 자랑하려고 가르치지 않아요.


.. 자신이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연애를 할 때도 그 가치를 지키세요 … 상대를 배려하며 자신도 잘 가꾸는 사랑의 실력을 키워 가세요. 그러다 이별을 경험한다 해도 괜찮아요. 헤어진 것을 후회할 필요도 없어요. 우린 성장하는 중이니까요 … 두 사람을 위해서 지금 당장 피임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임신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닥쳤을 때 정말 책임질 것 같나요? 이 순간의 분위기와 흥분된 감정은 성행위가 끝나면 지나가 버리고 말아요 ..  (117, 121, 135쪽)


  도덕은 따로 가르치지 못합니다. 도덕은 삶으로 받아들여 누리는 하루입니다. 철학은 따로 가르치지 못합니다. 철학은 하루하루 알차게 누리는 삶입니다. 그러면, 사랑도 못 가르친다고 하겠지요. 맞는 말이에요. 사랑도, 하나하나 따지면, 누가 누구한테 가르치지 못해요. 그러나, 사랑을 가르치고 배운다 할 때에는, 스스로 사랑스럽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사랑스레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집을 돌봅니다. 사랑스레 말을 하고 꿈을 꾸며 일을 합니다.


  사랑스레 놀이를 즐깁니다. 사랑스레 심부름을 합니다. 사랑스레 글을 씁니다. 사랑스레 사진을 찍고, 밭에서 김을 매며, 등짐을 져 나릅니다.


  성교육 아닌 사랑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지식이나 정보로 ‘사랑은 바로 이렇지! 이걸 알라구!’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사랑으로 누리는 삶은 어떠한가를 몸소 빛내면서 즐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사랑교육입니다. 이를테면, 볕 잘 드는 숲속 풀밭에 앉아 눈을 감고 해바라기를 해요. 밭뙈기에 씨앗 한 알 심고는 흙을 잘 도닥여 봐요. 아이를 품에 안고 가장 고운 목소리를 뽑아 노래를 불러요. 들길을 함께 걸어요. 바람을 함께 들이켜요. 신을 벗고 흙땅을 맨발로 달려요. 냇물을 손바닥으로 떠서 마셔요. 풀밭에 앉았으면 풀내음을 맡고, 멧새와 들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요. 풀벌레 속삭이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요.


.. 임신하면 원치 않아도 아기가 삶의 중심이 된답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 살던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 취미 생활, 미래에 대한 꿈도 송두리째 바뀌죠. 나만큼이나 중요한 또 한 사람(아기)이 내 인생에 들어왔기 때문이에요 … 서로가 사랑하기로 했다면, 그 관계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세요 … 돈 때문에 자신을 팔아서는 안 돼요. 그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버리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까지 상처 입히는 일이 돼요 … 아시다시피, 부모님께서 건강한 성 인식을 갖지 못하면 아이에게도 건강한 성을 가르쳐 주기 어렵습니다 ..  (138, 144, 152, 211쪽)


  ‘노을이’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성과 사랑》(철수와영희,2012)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참말,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이러한 ‘사랑책’을 읽히면서, 우리 어른과 어버이도 이 같은 사랑책을 슬기롭게 읽을 수 있을 때에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사랑이 샘솟는 자리를 헤아리고, 사랑이 흐드러지는 길을 살피며, 사랑이 빛나는 꿈을 돌아볼 때에, 사람들은 저마다 활짝 웃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대학교에 붙어야 할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을 하며 살아갈 아이들입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스레 일하고 사랑스레 살림을 꾸릴 아이들입니다. 유명인사가 되거나 이름을 드날릴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스레 웃고 사랑스레 노래할 아이들입니다.


  내가 나를 아끼고, 네가 너를 아끼면서, 서로가 서로를 아낍니다. 내가 나를 슬기롭게 보살피고, 네가 너를 슬기로이 보살피며, 서로가 서로를 슬기로이 보살피며 어깨동무합니다.


  별빛이 곱게 흐릅니다. 햇빛이 온누리를 골고루 비춥니다. 바닷바람은 들바람이 되고, 들바람은 숲바람이 됩니다. 냇물은 빗물이 되고, 빗물은 다시 냇물이 됩니다. 구름은 무지개가 되고, 무지개는 어느새 안개가 되며, 안개는 새삼스레 아지랭이가 됩니다. 달팽이가 풀잎을 먹습니다. 풀잎에 풀벌레 알이 붙습니다. 풀꽃에 나비가 앉습니다. 애벌레가 풀잎을 먹습니다. 사람이 풀을 뜯습니다. 사람들 옷에 풀씨가 붙습니다. 바람이 휭 불더니 풀잎노래 흐드드 퍼뜨리며 지나갑니다. 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달빛이 흘러 물결이 넘실거립니다. 참새는 도시에서도 고운 이야기꽃을 나누어 줍니다. 지렁이는 똥을 고운 거름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잠자리가 날고, 제비가 집을 짓습니다. 개구리가 논에 알을 낳고, 가재가 도랑에서 새끼를 칩니다. 도룡뇽이 지나가고, 다람쥐가 나무열매를 갉습니다.


  저마다 삶을 빚어 이야기를 빚습니다. 모두들 삶을 일구며 사랑을 일굽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너무 오래 가두지 마셔요. 아이들을 학원에 자꾸 가두지 마셔요.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며 지낼 수 있도록 자리를 넓혀 주셔요.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하는 넋으로 지낼 수 있게끔 숨통을 터 주셔요. 다 다른 아이들한테 모두 똑같은 옷을 입히지 마셔요. 다 다른 아이들이 마을마다 집마다 저마다 고운 사랑으로 거듭나는 길을 맑은 눈빛으로 지켜보아 주셔요. 4345.1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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