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도맡는 아버지

 


  집살림과 아이돌보기를 도맡는 아버지는 이 나라에 얼마나 될까. 아예 없지는 않을 테지만 아주 적으리라 느낀다. 틀림없이 이 나라 어느 마을 어느 보금자리에서는 씩씩하고 착하며 아름다운 아버지가 집살림이랑 아이돌보기를 도맡으리라 느낀다. 이들은 집살림 꾸리랴 아이들 돌보랴 또 밥벌이 하랴 몸이 쉴 겨를 없이 하루를 몰아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쉴 겨를 없이 몰아치는 하루를 보내면서도 싫거나 괴롭거나 슬프다고는 안 느끼리라 생각한다. 살짝 숨을 돌릴 적마다 ‘어떻게 이렇게 살아가는지 모른다’고 여기면서도 혼자 그저 좋아 빙그레 웃으리라 생각한다.


  집안 살림살이가 좀, 또는 꽤 많이, 너저분하더라도 괜찮다. 아이들을 더 살갑거나 따스히 보듬지 못해도, 때로는 골을 부리더라도, 다 괜찮다. 밥을 살짝 태운다든지, 국이 좀 싱거우면 어떤가. 반찬 가짓수 몇 안 되거나 아이들 여러 날 못 씻기면 또 어떠랴. 어느 것이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다. 어떠하든 다 좋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몸에 아기씨를 건사하기는 하지만, 이 아기씨가 어떻게 크면서 아기가 되고, 이 아기를 받아 어떻게 젖을 물린 다음, 젖먹이가 어떻게 이가 돋아 야무지게 밥을 씹어먹는가 하는 흐름을 좀처럼 못 느끼니까. 홀로 이것저것 건사하면서 아주 천천히 이 모두를 헤아리거나 읽거나 받아들이는 마음밭이 되니까.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이래저래 손을 쓰고 마음을 쓸 일이 늘다 보니, 두 아이 새근새근 잠들고 나서 일손을 붙잡으며 돌아보면, 이 아이들 하루살이를 담은 사진이 몇 안 되곤 한다. 참말 아이들이랑 복닥이느라 아이들 어여쁜 낯빛 눈빛 몸빛 말빛을 사진으로나 글로나 거의 못 담고 만다.


  좀 서운하네, 하고 생각하다가는, 사진이나 글에 이 아이들 하루살이를 갈무리하지 못한다지만, 내 마음이랑 몸에는 이 아이들 살내음과 말내음 하나하나 깊이깊이 아로새기는걸, 하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니, 이렇게 느낀다. 아이들아, 오늘도 새 아침에 새 아침노을 누리며 기운차게 일어나서 놀고 밥먹고 또 놀고 또 밥먹고 똥오줌 잘 누면서 지내자. 4345.1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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