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잔치 꽃다발 책읽기

 


  혼인잔치 꽃다발을 부케(bouquet)라고들 하는데, 이 낱말이 프랑스말인 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프랑스말이라 나온다. 시집을 가고 장가를 드는 사람들은 이 낱말뜻을 헤아려 보곤 할까.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신부가 손에 드는 작은 꽃다발”을 일컫는단다. 그러면, 한국말로는 ‘신부 꽃다발’쯤 될까. 이러한 모습 그대로 ‘신부 꽃다발’이라 할 만하고, ‘사랑꽃다발’이라든지 ‘예쁜꽃다발’이라든지 ‘꿈꽃다발’처럼 새 이름을 애틋하게 붙일 수 있으리라.


  신부가 되는 사람이 꽃다발을 던진다. 곧 신부가 되겠다는 사람이 꽃다발을 받는다. 꽃다발은 꽃내음 물씬 풍기며 하늘을 난다. 신부가 된 사람도, 곧 신부가 될 사람도 모두 꽃답다. 굳이 꽃을 들지 않아도 되지만, 꽃은 어디에나 있기에 어디를 가든 저마다 꽃내음을 담뿍 느낄 테지. 조그마한 꽃송이도 함박만 한 꽃송이도 모두 어여쁜 꽃이다. 노란 꽃도, 붉은 꽃도, 파란 꽃도, 모두 아리따운 꽃이다.


  아이들은 풀숲에 가면 으레 꽃송이를 하나둘 따서 조그마한 손에 조그마한 꽃송이를 다발처럼 잔뜩 쥐면서 논다. 가시내도 사내도 꽃밭에서 꽃이 되어 뛰논다. 아이들은 꽃을 따지 않아도 꽃다운 빛과 무늬가 맑고, 저마다 손과 손에 꽃송이묶음을 들지 않아도 꽃내음 물씬 풍긴다.


  꽃다발을 받지 않아도 내 손에는 꽃물이 든다. 꽃다발을 건네지 않아도 내 가슴에는 꽃사랑이 흐른다. 4345.1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