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07 : 천진무구

 

사람들 가운데 어린 젖먹이들과 성인들한테서나 겨우 발견되는 천진무구天眞無垢와 내적 갈등의 부재不在를 장미가 지니고 있는 까닭이 여기 있지요
《앤소니 드 멜로/이현주 옮김-사랑으로 가는 길》(삼인,2012) 83쪽

 

  ‘성인(聖人)’은 ‘깨달은 이’나 ‘거룩한 이’로 다듬고, ‘발견(發見)되는’은 ‘보이는’이나 ‘볼 수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장미가 지니고 있는 까닭이”는 “장미가 지닌 까닭이”로 손질해야 알맞을 텐데, 다시금 손질해서 “장미한테 있는 까닭이”처럼 적을 때에 한결 매끄럽습니다.


  “내적(內的) 갈등(葛藤)의 부재不在”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부재’란 한국말로 ‘없음’입니다. ‘갈등’은 한국말로 ‘뒤얽힘’이나 ‘엇갈림’이나 ‘맞섬’을 가리킵니다. ‘내적’은 “안에 있는”이나 “마음에 있는”을 가리켜요. 뜻을 그대로 풀이한다면 “마음에 뒤얽힘이 없음”이나 “마음이 엇갈리지 않음”이라 할 테니까, “마음이 뒤얽히지 않다”거나 “마음이 어수선하지 않다”거나 “마음이 뒤죽박죽이지 않다”거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다”를 가리킨다고 하면 될까 싶으면서 아리송합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이 조금 더 또렷하면서 환하게 알아들을 만하게 이야기를 밝히면 참으로 어여쁠 텐데요. 아무튼, 마음이 뒤얽히지 않거나 어수선하지 않다면 “마음이 차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천진무구(天眞無垢)’는 “조금도 때 묻음이 없이 아주 순진함”을 뜻하는 네 글자 한자말입니다. 이 또한 한국말로 일컫자면 ‘티없음’이요 ‘해맑음’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실리지만 ‘때없음’처럼 새말 하나 빚어도 잘 어울려요.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
→ 때묻지 않은 아이들 모습
→ 티없는 아이들 모습
→ 해맑은 아이들 모습
→ 햇살처럼 맑은 아이들 모습
 …

 

  티가 없기에 ‘티없다’ 같은 낱말이 태어납니다. 때가 없으면 ‘때없다’ 같은 낱말을 빚어서 쓸 수 있어요. 티끌이 없으면 ‘티끌없다’ 같은 낱말을 쓸 수 있고, 거짓이 없을 때에는 ‘거짓없다’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저마다 어떤 모습을 드러내면서 살아가는가를 살피며 말을 짓습니다. 서로서로 어떤 빛과 무늬를 보여주면서 삶을 일구는지를 돌아보며 말을 나눕니다. 아이들한테서 느끼는 해맑은 모습을 어른들한테서 나란히 느낀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햇살처럼 웃을 적에, 어른들도 햇살처럼 웃으면서 다 함께 고운 꿈과 사랑을 빛낸다면 더없이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4345.1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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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가운데 어린 젖먹이들과 깨달은이한테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해맑음과 차분한 마음이 장미한테 있는 까닭이 여기 있지요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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