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멧비둘기 (도서관일기 2012.11.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으로 오면, 아이들은 사다리도 타고 골마루를 달리기도 하지만, 곳곳에 가득가득 꽂힌 책을 들추기도 하며, 저희 마음에 드는 책을 펼쳐 읽기도 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도서관을 꾸린다. 곧,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라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놀 적에는 실컷 놀다가 책이 문득 생각나면 스스로 마음에 맞는 책을 살피고 찾아 스스로 읽도록 한다.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없다. 아이들이 만져서는 안 될 책은 없다. 아직 아이들 눈높이에 안 맞는 책이 있기는 할 테지만,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풀을 만지며 나무를 만지듯 책을 만진다. 아이들은 스스로 책기운을 느낀다.
어른이라고 다를까. 어른이라서 꼭 읽어야 할 책이 있을 수 없다. 스스로 느낄 때에 읽는 책이지, 누가 읽어 보라며 내민대서 읽지 못한다. 스스로 마음그릇 알뜰히 갖춘 다음 비로소 읽는 책이다. 이를테면, 권정생 할아버지 책을 꽤 많이 읽는다고들 하지만, 읽기는 읽되 삶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주 적다. 권정생 할아버지 글을 읽고도 자가용하고 안 헤어지는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자가용하고 헤어진 듯 갖은 티를 내다가 슬그머니 자가용하고 다시 징하게 사귀는 사람이 퍽 있다.
마땅한 얘기인데, 반드시 자가용하고 헤어져야 하지는 않다. 처음부터 안 사귀면 된다. 사귀지 말고 만나면 된다. 고마운 벗으로 여겨 가끔 만나면 즐겁다. 내 고운 벗님은 내 무거운 짐을 나누어 들기도 하고, 내 반가운 벗님은 귤이나 먹을거리를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자가용 모는 이웃을 가끔 만나며, 나로서는 고마운 선물을 받는다고 느낀다.
책은 무엇일까. 책은 삶을 사랑으로 빚은 이야기꾸러미이다. 삶을 사랑으로 빚은 이야기꾸러미를 아름드리 숲에서 어여쁜 나무를 베어 얻은 종이에 담는다. 책 하나가 대단하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책을 빚은 사람들 손길이랑 책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 숨결을 생각할 적에는 참 즐겁다. 나는 책을 책 아닌 이야기동무로, 나무숨결로 여기며 마주한다. 도서관이라 할 때에는 바로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진 자리란 뜻이다. 내가 누리면서 나누고픈 서재도서관은 ‘사람들 사랑 어린 꿈’과 ‘숲에서 자란 나무들 사랑 깃든 꿈’이 만나는 자리로 보듬는다.
문닫은 지 제법 되어 거의 숲처럼 바뀐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이 깃든 도서관 창문을 열었더니 멧비둘기 한 마리 들어온다. 이곳에서 나무내음을 맡았니. 그러나 여기에는 네 먹이가 없단다. 조용히 날갯짓하며 네 숲으로 돌아가렴.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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