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15] 언감

 

  겨울을 앞둔 늦가을에 자전거를 맨손으로 타니 손이 업니다. ‘언손’이 됩니다. 털신 아닌 고무신을 신고 자전거 발판을 밟으니 ‘언발’까지 됩니다. 한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손은 녹이며 자전거를 달리다가 생각합니다. 아마 국어사전에는 ‘언손’도 ‘언발’도 안 실리겠지요. 마을마다 이제 감알을 거의 다 땄습니다. 아직 감알 그대로 둔 집이 드문드문 있는데,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는 감알을 대롱대롱 매단 채 겨울을 맞이하기도 했어요. 왜 그러느냐 하면 추운 겨울날 ‘언감’이 되면 새롭고 새삼스러운 먹을거리가 되거든요. 추운 날 추운 손을 비비며 꽁꽁 얼어붙은 감을 숟가락으로 파먹을 때에는 시골에만 있는 ‘얼음보숭이’가 되어요. 요즈음에는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어, 굳이 감나무에 감알 매단 채 언감 만들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얼리는 칸에 말랑말랑 감알을 넣으면 하루도 안 되어 ‘얼린감’이 되어요. 그러니까, 지난날에는 감알이 스스로 얼어 ‘언감’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감알을 일부러 얼려서 ‘얼린감’이에요. 서울사람은 ‘냉동홍시’라느니 ‘아이스홍시’라느니, 시골사람으로서는 못 알아들을 말을 쓰기도 하던데, 나는 시골에서 언손 언발 언몸이 되면서 언감을 누립니다. 4345.1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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