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먹는 사람

 


  오늘날 숱한 사람들이 돼지껍데기를 참 잘 먹는다. 일부러 찾아서 먹기까지 한다. 그런데 능금껍질이나 포도껍질을 냠냠 우걱우걱 씹어서 먹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감껍질이나 배껍질은 아예 먹을 생각을 않는다고 느낀다. 풀약을 치지 않은 귤이라 하면 껍질째 즐겁게 먹을 수 있으나, 이를 깨닫거나 느끼는 사람은 훨씬 드물다.


  집에서는 어떤 열매이든 으레 껍질까지 먹는 우리 아이들인데, 바깥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은 으레 껍질을 벗겨서 열매를 내놓는다. 능금껍질을 벗기나 감껍질을 깎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큰아이가 말한다. “껍질 다 먹는 건데.” “껍질 다 먹어요. 깎지 마요.” 다른 사람들은 다섯 살 큰아이가 읊는 이 말을 들으면서도 껍질을 다 벗기거나 깎는다. 아이가 읊는 말을 한참 듣고서야 겨우 ‘옛날부터 껍질도 다 먹던 삶’이었다고 떠올린다.


  그런데,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밥을 먹을 적에도 씨눈까지 다 깎아 새하얀 쌀밥을 먹지, 씨눈을 살린 누런 쌀밥을 먹지는 않는다. 겨가 붙은 쌀이라면 못 먹는 줄 여기기도 한다. 곡식이든 열매이든 알짜를 도려낸다. 숨을 살리는 알맹이가 무엇인 줄 돌아보지 못한다. 곡식과 열매에서는 껍질이 껍데기가 아니요, 속엣것이 알맹이가 아닌데, 이를 옳게 바라보지 못한다.


  서울에서는 곡식 껍질과 열매 껍질은 몽땅 쓰레기통으로 간다. 그나마 시골에서는 곡식 껍질이나 열매 껍질이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기는 한다만. 4345.1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