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꽃 책읽기

 


  바지런히 뜯어서 먹는 쑥풀에서는 꽃대가 나와 꽃잎이 벌어지는 모습을 못 본다. 쑥이 돋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가만히 둔 쑥풀에서는 꽃대가 튼튼히 나오고 꽃잎이 살살 벌어지는 모습을 본다.


  마을 어르신들은 논둑이건 밭둑이건 쑥풀이 자라는 꼴을 지켜보지 않는다. 낫으로 베거나 손으로 뜯거나 기계로 밀거나 약을 뿌려 죽인다. 시골사람이래서 쑥꽃을 보는 일은 만만하지 않으리라 느낀다. 그런데, 쑥풀만 쑥꽃을 보기 힘들지는 않다. 모시풀 모시꽃을 본다든지, 미나리풀 미나리꽃 보기도 만만하지 않다. 따로 꽃씨를 받아 키우는 꽃송이가 아니라 할 적에는 시골 풀섶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호박이나 수세미처럼 열매를 베풀지 않으면, 딸기처럼 열매를 내놓지 않으면, 냉이나 달래처럼 통째로 밥이 되어 주지 않으면, 시골자락이라 하더라도 풀은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얻기 어렵다.


  도시에서는 어떨까. 도시사람은 도시 ‘미관’이나 ‘경관’을 따지니까 쑥풀이 마음껏 흐드러질 데가 드물 테지. 건물지킴이가 뜯을 테고, 어디라도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일 테니까 뿌리를 내리거나 줄기를 올릴 틈바구니가 없겠지. 아주 조그마한 틈에 아주 조그마한 씨가 깃들어 푸른 줄기 올라오더라도 도시사람이 쑥풀을 뜯어서 즐기거나 쑥꽃이 어여쁘다면서 바라볼 일이 있을까. 도시에도 곳곳에 푸른 기운이 넘치지만, 도시사람은 스스로 시멘트와 아스팔트 무덤에 사로잡히면서 잿빛 눈길이 되고 만다. (4345.11.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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