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초등학교 책읽기

 


  다섯 살 큰아이와 둘이서 읍내 저자를 다녀오는 길에 군내버스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를 만난다. 시골마을에서 읍내까지 군내버스를 타고 다니던데, 읍내에는 동무가 더 많고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한결 많다 할 만할까 궁금하다. 이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맞춰 타야 하니 동무들과 더 어울리기 힘든데, 어차피 다닐 초등학교라면 면내 초등학교보다 읍내 초등학교가 나을는지 궁금하다. 2012년 읍내 초등학교는 39학급에 1034명이라 하고, 면내(포두면) 초등학교는 7학급에 114명이라 한다. 원장수마을에서는 읍내나 면내나 어슷비슷한 길인데 이 아이는 읍내로 다닌다. 따지고 보면, 면내 학교로 가고 ‘면소재지보다 시골’ 아이요, 읍내 학교로 가도 ‘읍소재지보다 시골’ 아이라 하리라.


  읍내에서 살며 읍내 초등학교를 다닌다는 아이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이웃 순천시로 나아가서 다니면 어찌 될까. 이때에 이 아이들은 ‘시골’ 아이가 될 테지. 읍내 중·고등학교를 다니더라도 전라도 순천이나 여수나 광주 같은 데에서 온 교사들은 이 아이들더러 ‘시골’ 아이라고 부른다. 나중에 대학교를 가든 도시에 있는 공장에 일거리를 얻어 도시로 떠나든, 이 아이들은 언제나 ‘시골’ 사람 소리를 듣는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까. 학교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쳐야 아름다울까. 도시 학교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 때에 제몫을 다 하는 셈일까. 시골 학교는 아이들한테 어떤 넋을 북돋울 때에 제구실을 다 하는 셈일까. 더 커다랗게 세우는 건물에 시골 아이를 뭉뚱그리며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더 작은 마을에 조그맣게 꾸리는 분교를 두어 시골 아이들이 오래오래 시골 어른 되어 살아가도록 이끌고 사랑하며 보듬을 수 있을 때에 교육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죄 도시로 보내기만 해서는, 죄 읍내나 면내로 보내기만 해서는, 죄 시골을 떠나도록 내몰기만 해서는 무슨 교육 어떤 삶을 나누거나 펼칠 수 있을까. (4345.1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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