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1) 씨앗돈

 

  돈을 쓰고 돈을 벌기는 하지만, 돈을 그닥 생각하지 않으며 살다 보니, 돈과 얽힌 낱말이 낯설거나 새롭곤 합니다. ‘씨앗돈’이라는 낱말을 처음 들은 엊그제, 무슨 돈을 말하는가 하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렇지만, 말짜임이 쉽기에 “씨앗과 같은 돈”이라는 뜻이로구나 하고 짚었어요. 시골에서는 이듬해 흙을 일굴 적에 쓸 씨앗을 갈무리해요. 이를테면 ‘씨나락’이라든지 ‘씨감자’라든지 ‘씨콩’이라든지 ‘씨마늘’을 건사합니다. 이처럼, 나중에 쓰리라 생각하며 건사하는 돈이 된다면 ‘씨돈’이나 ‘씨앗돈’이 될 테지요.


  낱말책을 뒤적여 봅니다. 낱말책에는 ‘씨앗’을 한자말로 옮겨적는 ‘種子’를 넣어 지은 ‘종잣돈(種子-)’ 한 가지가 실립니다. 낱말책에는 ‘씨돈’도 없고 ‘씨앗돈’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씨벼’라는 낱말은 싣습니다. 다만, ‘씨벼 = 볍씨’라고 다룰 뿐, 이듬해에 다시 심으려고 갈무리하는 벼라는 말풀이는 안 달립니다.


  그러고 보니 ‘밑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씨앗돈(씨돈)’ 같은 낱말은 거의 못 들었지만, 둘레 어른들은 으레 ‘밑돈’을 이야기했어요. 장사를 하려 하거나 제금나서 살아가려 할 적에 ‘밑돈’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셨어요. 그러나, 지식인이나 기자나 글쟁이는 이 낱말을 그리 사랑하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나 책에는 ‘기금(基金)’ 같은 낱말만 도드라져요. 한국말을 옹글게 쓰는 분이 참 드뭅니다. (4345.1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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