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책
잠이 오는 아이들 데리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별을 본다. 마을 곳곳에 켜진 등불 때문에 별빛이 가린다. 손을 들어 등불을 가리면 별빛이 새삼스레 반짝인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등불에서 홀가분한 논자락으로 올라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을 노래한다. 이불에 싸여 품에 안긴 작은아이가 고개를 까딱까딱 들며 하늘을 함께 올려다본다. 큰아이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두 함께 별을 바라본다. 비행기 한 대 빨간 점으로 지나간다. 빨간 점은 뭇별 사이에서 살짝살짝 반짝이며 지나는 또 다른 별처럼 보인다. 큰아이가 “비행기는 어디에서 자? 비행기는 힘들겠다.” 하고 말한다. 깜깜한 밤에 날아가니 잘 곳이 없는 셈일까. 이 밤에도 날아가니 쉬지 못하는 셈일까.
겨울을 앞두고 해가 많이 짧다. 읍내에 볼일을 보러 낮에 나가면 으레 저녁에 돌아오는데, 읍내라 하더라도 가게가 얼마 안 많지만, 이 작은 가게들 사이에서 별을 보기는 만만하지 않다. 그러고 보면, 읍내 고등학교이든 면내 고등학교이든, 기숙사에서 지내며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은 별을 보며 지내지 못하겠구나 싶다. 나로섬이든 거금섬이든, 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집과 학교를 오가며 별을 한 번쯤 올려다볼까. 읍내 언저리나 면내 둘레 시골마을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집과 학교를 오가는 사이 별을 한두 번쯤 가만히 바라볼 수 있을까.
시골에서 살아간다고는 하나, 정작 별을 볼 틈조차 없는 아이와 어른이 무척 많을 수 있겠다고 느낀다. 날마다 별을 보는 시골사람은 몇쯤 될까. 한 달에 한 차례라도 별을 헤아리거나 그리는 도시사람은 얼마쯤 될까. 별들이 밤새 노래를 하고, 그믐을 지나 가늘게 뜬 초승달이 곁에서 나란히 춤을 추는데. (4345.10.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