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이불빨래
고흥집을 떠나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고등학교로 강의를 하러 다녀오기로 한 오늘, 밤 한 시 무렵부터 잠을 깬다. 한 시에는 작은아이가 이불에 쉬를 누었대서 깨는데, 몸이 무거워 옆지기가 이불을 걷고 바지 갈아입히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두 시를 넘고 세 시 언저리에 큰아이가 쉬 마렵다고 일어선다. 마루에 놓은 오줌그릇 앞으로 큰아이를 데리고 간다. 큰아이 쉬를 누이고 눕힌다. 이불을 여민다. 기지개를 켠다. 오늘 꾸릴 짐을 생각한다. 먼저, 마루에 있는 오줌이불을 빨래기계에 넣는다. 엊저녁 나온 아이들 옷가지에 비누를 바르고 빨래기계에 함께 넣는다. 밤에 손빨래를 할까 싶었으나, 오줌이불이 나온 김에 모처럼 빨래기계를 쓰기로 한다. 새벽 네 시에 빨래기계를 돌린다. 짐을 마저 꾸린다. 새벽 다섯 시 반에 다 된 빨래를 꺼내고, 식구들이 아침에 먹을 반찬 한 가지를 하고, 국 하나를 끓인다. 빨래는 옆지기가 아침에 해도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이런저런 빨래감이 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아침부터 나오는 빨래감은 저녁까지 모아 이듬날 한꺼번에 빨래기계를 써도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집을 비우면 옆지기 혼자 두 아이 건사하며 손빨래를 할 수 없고, 그동안 얻은 아이들 옷이 제법 많아, 하루쯤 빨래를 안 하더라도 두 아이 입힐 옷은 넉넉하다.
새벽 여섯 시를 지난다. 이제 뒷간에서 똥을 누고, 빨래를 마당에 널자. 그러고는 짐을 다 꾸렸나 다시금 살피자. 먼길이라 하룻밤은 밖에서 묵어야 한다. 자칫 이틀을 묵을는지 모르나, 되도록 하룻밤만 묵고 돌아오자고 생각한다. 오늘도 아이들 모두 새근새근 잠든 이른아침에 길을 조용히 나선다. 아이들아, 어머니하고 예쁘게 웃으면서 하루를 빛내고 맑은 넋으로 너희 사랑을 우리 보금자리에 흩뿌리렴. 아버지는 잘 다녀올게. (4345.10.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