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물하기 어렵다
여태껏 나는 내가 내놓는 책을 출판사에서 글삯만큼 사서 둘레에 선물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우체국에 가서 내 새로운 책을 두 분한테 보내며 우표값 3240원을 치르고 보니, 앞으로는 글삯만큼 책을 사서 선물하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13500원짜리 책을 글쓴이가 살 때에는 70%이기에 9450원이다. 내가 이 책을 출판사 아닌 인터넷책방에서 사서 곧바로 ‘선물받을 분’ 주소로 보내면 택배값이 안 들면서 10% 에누리에 10% 적립금이니까 10804원에 책을 사는 셈이 된다. 보통일반 우편으로 보냈기에 1권 부칠 때에 1620원이 들었지만, 택배로 부치면 2500원이나 3000원이 든다. 그러나 이 값이란, 면소재지 우체국에 내가 단골로 드나들기에 에누리해 주는 값이지, 읍내 우체국으로 가서 택배를 부치면 책 1권에도 에누리없이 4000원을 치러야 한다. 그야말로 ‘책값보다 더 돈을 쓰며 책을 선물해야 하는 모양새’가 나온다.
아무리 이 나라 물건값이 치솟는다 하더라도, 글쓴이가 ‘책값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선물하는 모습’은 영 안 어울리지 않을까. 아니, 내가 우체국 좋은 일만 시키며 책을 선물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좋은 일을 시키자면, 내 책을 펴낸 출판사한테 좋은 일을 시킬 노릇 아니겠는가. 내가 출판사에서 책을 사서 따로 봉투에 주소를 손으로 글씨를 적고 글월 한 장 넣어 선물로 부치는 까닭은 ‘책 한 권 만드는 사랑을 더 깊이 함께 나누고 싶은 뜻’인데, 이 뜻이 좋거나 아름답다 하더라도, 이대로 하다가는 아직 책을 그리 많이 못 파는 가난한 살림살이가 쪼들릴 수 있겠다고 느낀다. 이제부터 책을 선물할 때에는 그냥 인터넷책방에서 주문해서 보내는 쪽으로 해야겠다. 글월은 따로 써서 따로 부칠 때가 훨씬 좋으리라 느낀다. 글월은 엽서 한 장으로 해도 되니까.
……
글을 쓰고 보니 내가 스스로 너무 가엾이 살아가는 모양 아닌가 싶다. 내가 내놓는 책이 널리널리 많이 팔리면 우표값 걱정을 할 일이 없을 수 있고,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사서 선물로 부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지 않았을까.
가만히 보면, 인터넷책방에서 책 한 권을 주문해서 받을 때에 택배값을 들이지 않는 모습이 어딘가 얄궂거나 잘못된 일이지, 내가 책 한 권 선물하려고 봉투를 사고 사인펜을 사며 천천히 주소와 이름을 적고는 글월 한 장 써서 책 사이에 끼우고는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달리는데, 아이들을 수레에 태워 함께 달리는 이 삶이 얄궂거나 잘못될 까닭이 없다. 참말 인터넷책방 ‘한 권도 무료배송’이야말로 말썽이며 골머리라 할 ‘고객서비스’ 아니겠는가. 나는 씩씩하거나 꿋꿋하게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 책을 주문’한 다음, 이 책을 받아 한 권 한 권 따로 봉투에 싸서 선물하는 삶을 이어야 할 노릇은 아닐까. 우표값 1000원이나 2000원 앞에서 너무 흔들리는 모습은 아닌가. (4345.10.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