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듯 수수알 책읽기
예전 사람들은 수수를 얼마나 심어서 먹었을까. 논자락이나 밭뙈기 끄트머리에 한 줄로 심은 수수가 나락과 함께 알이 터질듯 익는 모습을 보다가 생각해 본다. 다섯 살 큰아이는 수숫대를 바라보며 “옥수수야?” 하고 묻는다. 옥수숫대가 제 키보다 웃자라는 모습을 으레 보았고, 얼핏 본다면 옥수숫대를 닮았다 싶으니까 이렇게 묻는다. 거꾸로, 아이가 어린 나날부터 수숫대를 보고 수수빗자루를 만지며 살았으면 “야, 저기 수수네?” 하고 물었으리라 느낀다.
수수가 들어간 밥그릇을 받아먹으며 자랐을 뿐, 내가 손으로 수수알을 심은 일은 없다. 수숫대 한들거리는 모습을 시골에서 살아가며 바라보지만, 이 수숫대를 낫으로 베어 수수알을 훑고 수숫대로 빗자루를 엮는 일은 해 보지 않았다.
시골마을 할머니는 수수빗자루를 엮어 읍내 장마당에 한 자루씩 들고 나와서 팔곤 한다. 흙을 만지는 손으로 수수알을 심고, 수수알 베는 손으로 수수빗자루 엮으며, 수수빗자루 엮는 손으로 가을 열매를 갈무리해서 이듬해 봄에 다시 흙에 한 알 두 알 심는다. (4345.10.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