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씩씩한 아이들
마실 가는 길에 큰아이더러 마을 어귀 샘가에서 낯을 씻으라고 이야기한다. 큰아이는 “네!” 하고 씩씩하게 외치며 달린다. 곧이어 작은아이가 큰아이 뒤를 따른다. 두 시간에 한 차례 지나가는 군내버스도 뜸하지만, 여느 때 여느 자동차도 거의 지날 일 없어, 마을 어귀 앞 찻길이 그리 걱정스럽지 않다.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 시골마을 시골집에서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튼튼하다. 자동차를 근심하거나 살필 일이 없으니 씩씩할 수 있다. 아이들이 거리껴 하거나 두렵게 여길 걸림돌이 없으니 튼튼할 수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마땅한 터라면 어른들 또한 오순도순 즐겁게 살아가기에 마땅한 터가 된다고 느낀다.
곰곰이 돌아본다. 나한테 아이들이 찾아오기 앞서도 이 같은 대목을 알았을까. 나 혼자 살아가던 때에도 이러한 대목을 슬기롭게 헤아렸을까. 아이들이 나한테 찾아오면서 조금 더 깊이 돌아보거나 한결 넓게 생각할 수 있을까. 모두 아는 이야기였으나 오래도록 잠들었을 뿐일까. 무엇을 알 때에 참으로 기쁜 앎이요, 무엇을 헤아릴 때에 더없이 사랑스러운 생각이라 할 만할까.
찻길이 생긴 지 얼마 안 된다. 자동차가 드넓은 찻길을 씽씽 달린 지 얼마 안 된다.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갈 뿐이었지, 자동차에 기대거나 길들여진 목숨이 아니었다. 사람들 누구나 씩씩한 다리로 씩씩한 삶을 꾸렸다. 사람들 모두 튼튼한 몸으로 튼튼한 마음을 아꼈다.
씩씩한 아이들이듯 씩씩한 어버이로 살아가는 길을 생각한다. 나 또한 튼튼한 몸과 마음이 되어 하루를 누리자고 생각한다. 아이들아, 마음껏 뛰렴. 나도 너희하고 나란히 마음껏 뛰며 살아갈게. (4345.10.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