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70 : 선후先後
괜찮아요. 승부도 가경에 접어들면 한 수의 선후(先後)가 전황을 좌우하는 법이니까
《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히스토리에 (7)》(서울문화사,2012) 152쪽
“이기고 짐”을 뜻하는 한자말 ‘승부(勝負)’는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쓰기보다는 ‘겨루기’ 같은 낱말을 써 보면 어떠할까 싶어요. 한국사람 스스로 새 한국말을 빚어도 좋겠어요. ‘가경(佳境)’은 “한창 재미있는 판이나 고비”를 가리키는 한자말이라고 해요. 이런 한자말을 여느 사람들이 쓸까요? 보기글은 두 사람이 장기 두는 모습을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승부’도 ‘가경’도 모두 털어 “장기판도 한창 달아오르면”이나 “장기싸움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면”으로 손볼 수 있어요. “전황(戰況)”을 좌우(左右)하는 법(法)이니”는 “싸움판을 흔드는 법이니”나 “싸움흐름을 이끌기 마련이니”나 “싸움을 크게 바꾸기 마련이니”로 다듬습니다.
‘선후(先後)’라는 한자말은 “(1) 먼저와 나중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을 뜻한다 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말로는 ‘앞뒤’입니다. 한국말 ‘앞뒤’를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은 ‘先後’라고 적습니다.
한 수의 선후(先後)가
→ 한 수 두는 앞뒤가
→ 한 수 놓는 앞뒤가
→ 한 수 앞뒤가
…
보기글에서는 ‘한 수 놓는 말’처럼 다 밝혀야지 싶습니다. 누군가 놓는 한 수 앞이나 뒤에 놓은 다른 말 하나가 장기판 흐름을 크게 바꾼다고 하는 이야기이니, ‘(장기) 말’이라는 낱말을 넣어야지 싶습니다. 다만, 장기판과 싸움판은 서로 같다고 여기며 주고받는 보기글이라, 이렇게 적을 수 있겠지요. 조금 더 헤아린다면, 이 보기글은 일본 만화책에 적힌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만 바꿔 적은 듯해요. 한국사람이 읽을 책으로 옮기는 만큼, 무늬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가 한국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4345.9.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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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장기판이 한창 달아오르면 한 수 놓는 앞뒤 말이 흐름을 크게 바꾸기 마련이니까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