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72 : 상불원천上不怨天 하불우인下不尤人


군자君者는 상불원천上不怨天이요 하불우인下不尤人이라, 위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 사람(남)을 탓하지 않는다 했거늘
《이현주-사랑 아닌 것이 없다》(샨티,2012) 14쪽

 

 

  한자말 ‘원망(怨望)’은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함”을 뜻합니다. 곧, 한국말로 하자면 “원망하지 않고”는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고”나 “미워하지 않고”인 셈이에요. 어떤 분들은 한자말 ‘원망’과 한국말 ‘미움’이 뜻이나 느낌이 다르다 이야기하지만, 두 낱말은 서로 다르지 않아요. 뜻이 같고 쓰임이 같아요. “원망의 눈초리”란 “미워하는 눈초리”요, “원망에 찬 얼굴”이란 “미움 가득한 얼굴”이며, “원망을 사다”는 “미움을 사다”예요.


  보기글에 나오는 ‘군자君子’는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곧 ‘어진이’로 옮길 만해요. ‘어진’ 사람이 모두 점잖거나 덕이나 학식이 높다 할 수 없다 말할 수 있을 텐데, 한국말 ‘어진이’ 뜻을 붙이면서, 어진 사람 또는 점잖고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을 가리킨다고 하면 돼요. 한국말 쓰임새와 너비를 한국사람 스스로 넓힐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상불원천上不怨天이요 하불우인下不尤人이라 (x)
 위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 사람(남)을 탓하지 않는다 (o)

 

  보기글을 살펴봅니다. 보기글을 쓴 분은 먼저 중국글을 씁니다. 중국글을 쓰되, 중국글 앞에 한글로 소리값을 붙입니다. 이를테면, “생큐 베리 머치thank you very much”처럼 글을 쓴 셈이에요.


  누군가는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지요. 그런데, “참 고맙습니다”라 말하지 않고 “생큐 베리 머치thank you very much”처럼 쓸 때에는 무엇이 더 좋거나 낫거나 빛날까요. “생큐 베리 머치”라고 한글로 적는다 해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더 잘 알 수 있지는 않아요. 이 영어가 흔한 영어라 중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만하다 하지만, “데어 워즈 시그니피컨트 리지스턴스 투 더 아이디어 오브 컬러 포토그래피there was significant resistance to the idea of color photography”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한다면 얼마나 잘 알아들을 만할까요. 아니, 이렇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할 까닭이 있을까요. 한국말로 말하지 않고 영어로 말하면서 소리값으로 한글을 덧다는 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글쓰기가 될까요.


  곧, 보기글을 쓴 분은 ‘중국글을 쓰면서 한글 소리값을 덧다는 일’을 할 노릇이 아닙니다. ‘중국글을 한국글로 알맞게 옮겨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애쓸 노릇이에요. “상불원천이요 하불우인이라”처럼 적어도 뜻을 헤아리기 어려워요. “上不怨天 下不尤人”처럼 적어도 뜻을 헤아리기 어렵겠지요. 굳이 이런 중국글을 쓰지 말고 “위로 하늘을 미워하지 않고 아래로 사람(남)을 탓하지 않는다”라고만 적으면 돼요. 생각을 나누는 길을 슬기롭게 찾기를 빌어요. (4345.9.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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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이는 위로 하늘을 못마땅히 여기지 않고 아래로 사람(남)을 탓하지 않는다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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