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4] 네 여 아

 

  누리집에 사진을 올리면서 사진파일 숫자를 하나하나 욉니다. 넷째 사진, 여섯째 사진, 아홉째 사진, ……. 사진파일은 스물이나 마흔을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몇몇을 골라서 올리자고 생각하다가, 숫자가 꽤 길어 이러면 다 못 외우겠네 싶습니다. 파일 숫자를 잊지 않으려고 뒷자리를 ‘사(四) 륙(六) 구(九)’라고 욉니다. 문득 ‘넷 여섯 아홉’이라고 외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앞소리만 따서 ‘네 여 아’라고 외어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나 스스로 가장 외기 좋도록 외면 돼요. 그러고 보면, 어린 날 동무들이랑 놀며 숫자를 셀 때에 더 빨리 세겠다며 ‘하 둘 셋 넷 다 여’처럼 왼 적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숫자를 ‘하 둘’이나 ‘다 여’처럼 외는 소리를 곁에서 어른들이 들으면, 예끼 이놈들 숫자를 그처럼 엉터리로 외면 안 돼, 하고 나무랐습니다. 하나하나 똑똑히 읊어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그래서 나는 숫자를 앞 글만 따서 외어 버릇하지 않았어요. 빨리 말하느라 꼬이거나 늦어도 ‘다섯 여섯’처럼 말하려고 애썼어요. 귀엽게 일컫는다면서 다 함께 줄여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면,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가리킬 적에도 이름 한두 글자를 일부러 빼거나 덜어 부르는 일은 사랑스럽지 않아요. 곱고 예쁘며 알맞고 바르게 읊어야지요. 그런데, 어느 한편으로 보면, 아이일 적부터 숫자를 빨리 말하느라 ‘외 글자’인 한자말 ‘사 륙 구’만 쓰다 보면, 시나브로 ‘넷 여섯 아홉’하고는 멀어지겠구나 싶어요. 숫자를 세며 하나하나 똑똑히 말하되, 때때로 스스로 ‘네 여 아’처럼 말할 줄 알 때에 슬기롭겠지요. (4345.7.2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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