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09 : 광대무변

 

집도 절도 없이 애비 에미도 없이 광대무변에서 태어나
《김해자-축제》(애지,2007) 116쪽

 

  네 글자 한자말 ‘광대무변(廣大無邊)’은 “넓고 커서 끝이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도 적잖이 쓰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도 꽤 쓰는 낱말입니다. 그런데, 한자말로 적자면 ‘광대무변’이겠지만, 한자말 아닌 한국말로 적자면 ‘끝없다’예요. 또는 ‘가없다’이고, 또는 ‘그지없다’입니다.


  보기글에서 쓴 ‘광대무변’ 뜻을 헤아리면 “끝없이 넓고 큰 벌판”을 가리키는 한국말 ‘허허벌판’을 넣을 만합니다. 허허벌판은 ‘벌판’을 가리키는 낱말이라 하지만, 쓰는 곳과 때에 따라서는 ‘벌판’뿐 아니라 ‘넓고 큰 무엇’을 일컬을 수 있어요. 이를테면, “허허벌판 같은 마음”이라든지 “허허벌판이 된 마음”처럼 쓸 수 있어요.

 

 광대무변에서 태어나
→ 허허벌판에서 태어나
→ 너른 들에서 태어나
→ 빈 들에서 태어나
 …

 

  생각을 넓히면 ‘허허벌판’을 바탕으로 ‘너른들’이나 ‘빈들’을 헤아릴 만합니다. ‘너른 들’이나 ‘빈 들’처럼 적어야 올바르다지만, 새 넋을 담는 새 낱말로 여길 수 있습니다. “가없는 터”나 “끝없는 곳”처럼 써도 돼요.


  마음을 살찌우면서 말을 하면 아름다우면서 넉넉합니다. 생각을 빛내면서 글을 쓰면 어여쁘면서 사랑스럽습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같은 보기글이라면 “지구가 강바람이나 벼락처럼 빠르게 끝없이 넓은 곳을 달린다는”처럼 손볼 수 있고, “광대무변의 우주 공간” 같은 보기글이라면 “가없이 넓은 우주”처럼 손볼 수 있어요. 흐름에 맞추어 마음을 기울이고, 낱말 하나하나 예쁘게 넣습니다. 앞뒤를 살펴 생각을 꽃피우고, 낱말 하나 곱게 엮습니다.


  나는 넓디넓은 땅에서 살아갑니다. 내 마음은 가없이 넓은 바다와 같습니다. 나는 넓고넓은 마을에서 꿈을 키웁니다. 내 생각은 그지없이 널따란 하늘과 같습니다. 말은 숲이고, 숲은 사랑이며, 사랑은 삶입니다. (4345.7.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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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절도 없이 애비 에미도 없이 허허벌판에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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