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읽는 아이

 


  아이가 읽는 만화책을 곁에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는 몇 가지 만화책만 갈마들어 읽는다. 이것저것 새롭다 싶은 만화책으로 손을 뻗지 않는다. 아이가 읽는 그림책을 가만히 바라볼 때에도 아이는 으레 같은 그림책만 끝없이 되풀이하면서 보았다. 가장 좋아한다는 한 가지에 꽂힌 모습이라고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스스로 더 넓고 깊이 헤아리는 마음결을 북돋우지는 못하는 모습으로 여길 수 있을까.


  나는 햇살이 좋다. 날마다 찾아드는 햇살이 좋다. 햇살은 늘 맑고 밝으며 따스하다. 햇살은 언제나 환하고 보드라우며 예쁘다. 햇살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결이란 어떤 모습일까. 햇살은 그저 똑같기만 한 ‘온도·채도·광도’로 따질 수 있을까. 과학자가 햇살을 숫자로 따지며 화석에너지로 ‘햇살과 똑같다 싶은 빛과 빛살과 볕’을 만든다 할 때에도, 이 ‘햇살과 똑같다 싶은 빛과 빛살과 볕’으로 풀과 나무가 씩씩하고 튼튼히 자랄 수 있을까.


  밥알을 씹으면 밥알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밥알은 ‘밥알’로 모두 같다 할 수 있으면서, 다 다른 볍씨이기에 다 다른 목숨으로서 다 다르게 뿌리내려 새로운 알맹이를 맺는다. 뭉뚱그려 밥알이지만, 어느 하나 똑같은 알맹이가 없다. 이곳에 서거나 저곳에 서거나 똑같이 쬐는 햇살이지만, 언제 어디에서라도 똑같다 싶은 햇살은 없다.


  도랑에서 흐르는 냇물도, 모래밭을 넘나드는 바닷물도, 구름이 하얗게 흐르는 파란 빛깔 하늘도, 푸르게 빛나는 풀잎과 나뭇잎도, 저마다 다른 결이 수없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삶을 이루는 생각은 어떻게 태어날까. 사랑을 이루는 마음은 어떻게 샘솟을까. 아이는 두 눈을 거쳐 어떤 이야기를 받아들이는가. 나는 내 두 눈과 두 손과 온몸으로 내 마음을 어떻게 보살피면서 하루를 누리는가. (4345.7.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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