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구름 가득한 들길
[말사랑·글꽃·삶빛 20] 좋은 말이 샘솟는다

 


  여름으로 접어든 유월부터 빗줄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여름인 칠월에도 빗줄기는 온 들판을 적십니다. 아이들하고 들길을 걷습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들길을 달립니다. 빗줄기가 듣지 않을 때에 가깝고 먼 멧자락을 바라보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흰빛과 잿빛을 띠는 구름은 멧등성이에 걸리기도 하고, 멧자락에 따라 길게 걸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달리다가 문득 멈춥니다. 아이들더러 저 멧자락을 바라보라고 얘기합니다. “구름이 멧등성이에 걸렸구나, 음, 그러면 ‘멧구름’이 될까? 그래, 멧구름이구나.” 하는 말이 절러 터져나옵니다.


  낮게 깔린 구름은 넓은 들판을 사뿐사뿐 걷듯 흐릅니다. 옳거니, 들판을 누비는 이 구름이라 하면 ‘들구름’이 되겠구나. 그렇다면, 아이들이랑 함께 들길을 자전거로 달리니까, 우리 자전거는 ‘들자전거’가 될까요? 들길을 들자전거로 달리며 들구름을 누린다면, 우리들은 ‘들사람’이 될까요? 들길을 들자전거로 달리며 들구름을 누리는 들사람이라 한다면, 나와 아이들은 ‘들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즐긴다 할 만할까요?


  구름은 흐르고 흘러 바다로 나아갑니다. 바다로 나아가는 구름은 ‘바다구름(또는 바닷구름)’이 됩니다. 바다에서 뭍으로 흐르는 구름이라면 ‘뭍구름’이라 이름을 붙일 만하겠지요. 비를 잔뜩 품어 ‘비구름’입니다. 눈을 살포시 품으면 ‘눈구름’이에요. 구름과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드리울 때에는 ‘무지개구름’일 테지요. 하늘을 온통 채운 구름일 때에는 ‘하늘구름’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달립니다. 천천히 노래하며 자전거를 달립니다. 나는 들마음을 아끼며 들자전거를 달립니다. 나는 들사람 되어 우리 어여쁜 들어린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들길을 달립니다. 들구름을 올려다보다가는 들풀이랑 들꽃을 바라봅니다. 들판에 한두 그루 우뚝 솟은 나무일 때에는, 이 나무를 가리켜 ‘들나무’라고 해도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들판에 지은 집일 때에는 ‘들집’이라 할 테고, 들판에서 하는 일은 ‘들일’이 되겠지요.


  아이들은 들판으로 ‘들놀이’를 갑니다. 아이와 어버이는 나란히 ‘들마실’이나 ‘들나들이’를 떠납니다. 너른 들판을 가슴에 포옥 안으며 ‘들사랑’을 헤아립니다. 들사랑을 헤아리며 ‘들꿈’을 꿉니다. 들사람은 들사랑을 꽃피우며 ‘들글’을 쓰거나 ‘들말’을 나눌 수 있을까요. 들판에서 꺾은 들꽃 한 송이 하얀 종이 한켠에 곱게 붙여 글월을 띄우면 ‘들글월(또는 들편지)’가 되겠지요. 들을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들이야기’를 빚습니다. 바다에서는 ‘바다이야기’를, 멧자락에서는 ‘메이야기(또는 멧이야기)’를, 하늘에서는 ‘하늘이야기’를 빚습니다. 마을에서는 ‘마을이야기’요, 도시에서는 ‘도시이야기’이고, 시골에서는 ‘시골이야기’입니다. 옛날 옛적 이야기이기에 ‘옛이야기’이듯, 오늘 하루 누리는 이야기일 때에는 ‘오늘이야기’입니다.


  좋은 말은 내 가슴에서 샘솟습니다. 좋은 꿈은 내 마음에서 피어납니다. 좋은 글은 내 손으로 빚습니다. 좋은 넋은 내 몸에 아리땁게 깃듭니다. (4345.7.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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