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75) 수심

 

그러는 동안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그의 눈에는 슬픔과 수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홍재웅 옮김-그리운 순난앵》(열린어린이,2010) 108쪽

 

  “그의 얼굴은”과 “그의 눈에는”처럼 ‘그 + -의’ 꼴 말투가 잇달아 나옵니다. 어린이책 번역에 이 같은 말투가 나옵니다. 이 어린이책을 읽을 아이들은 저절로 ‘-의’를 손쉽게 쓰는 말투에 젖어들겠지요. ‘그의’뿐 아니라 ‘그녀의’ 같은 말투를 익숙하게 쓰겠지요.


  이 대목을 손질하자면 “그이 얼굴은”이나 “그 사람 눈에는”처럼 적어야 합니다. 그런데, 더 생각한다면, 한국 말투 빛깔을 살려 “그러는 동안 얼굴은”이나 “눈에는 슬픔과”처럼 적을 수 있어요. 굳이 이름씨를 드러내지 않는 한국 말투 빛깔이니까요. 한국 말투 빛깔을 생각하지 않고 ‘그’와 같은 이름씨(또는 대이름씨)를 자꾸 넣어 ‘문장 구조를 이루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의’ 같은 말씨가 들러붙는 얄궂은 모양새가 되고 말아요.


  ‘창백(蒼白)해졌고’는 ‘해쓱해졌고’나 ‘파리해졌고’나 ‘하얘졌고’나 ‘핏기가 가셨고’로 손질합니다.

 

手心 : 손의 한가운데
水心
 (1) 수면(水面)의 중심
 (2) 강이나 호수 따위의 한가운데
水深 : 강이나 바다, 호수 따위의 물의 깊이
水? = 물가
守心
 (1) 절조(節操)를 지키는 마음
 (2) 미리 막아서 지키려는 마음
垂心 : [수학] 삼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대변에 내린 3개의 수선이 서로 만나는 점
修心 : 마음을 닦음
殊甚 : 매우 심하다
愁心 : 매우 근심함
樹心 : 나무줄기의 가운데 단단한 부분

 

  국어사전에서 ‘수심’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한자말 열 가지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으레 쓴다 싶은 한자말은 “물의 깊이”를 가리킨다는 ‘水深’ 한 가지이리라 느껴요. 그나마 이 한자말도 ‘물깊이’처럼 한국말로 예쁘게 빚으면 한결 나아요.


  다른 한자말 가운데 이럭저럭 쓰이는 낱말이 있다 할 만하지만, 그렇게까지 쓰이지는 않는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마음을 닦음”이나 “마음닦기”라 하면 넉넉하니까 ‘修心’라 할 까닭이 없어요. 이 한자말이든 저 한자말이든 사람들이 생각과 뜻을 서로 쉽고 알맞게 나타내거나 나눌 만한 낱말이 되지 못해요. 모두 겉치레 한자말이고, 몽땅 껍데기 한자말이에요.

 

 슬픔과 수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 슬픔과 근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 슬픔과 걱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

 

  한자말이니까 안 써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쓸 만하지 않으니까 안 쓸 뿐이에요. 물가이면 물가예요. 손 한가운데라면 손 한가운데예요. 꾸밈없이 말하고 스스럼없이 글을 쓰면 넉넉해요. 생각을 빛내면서 말을 하면 되고, 마음을 기울여 글을 쓰면 돼요.


  내 넋을 아름답게 북돋우면서 내 말마디를 아름답게 보살펴요. 내 얼을 슬기롭게 갈고닦으면서 내 글줄을 슬기롭게 갈고닦아요. (4345.7.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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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얼굴은 해쓱해졌고 눈에는 슬픔과 근심이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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