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할머니 삯

 


  아이한테 영화 〈집으로〉를 다시 보여주며 이럭저럭 집안일을 하다가 이렁저렁 집안일을 마친 다음 나란히 앉아 조금 들여다본다.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는 버스삯이 없어 먼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 시골에서는 여든 살 할머니이든 아흔 살 할아버지이든 버스삯을 낸다. 시골마을 시골버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버스삯을 내기 때문에 버스가 다닐 수 있다.


  도시에서는 어떠한가. 도시에서도 여든 살 할머니나 아흔 살 할아버지한테 버스삯을 내도록 하지 싶다. 다만, 도시에서는 버스를 삯을 치르고 타야 할 테지만, 지하철이나 전철은 거저로 탈 수 있도록 해 준다. 버스와 전철이 나란히 있는 도시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꼭 걸어서 먼길을 다녀야’ 하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버스회사는 개인회사일 테니까 삯을 치러야 하겠지. 버스회사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돈을 받아야겠지. 그런데, 버스회사야말로 공공회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사업자가 돈을 들여 버스를 마련하고 버스길을 살필 노릇이 아니라, 버스 일꾼은 모두 공무원이 되어, 마을 골골샅샅 알맞게 살펴 찬찬히 다닐 노릇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하면서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젊은이나 어린이 누구나 따로 버스삯 없이 버스를 타도록 해야지 싶다. 버스삯이나 버스 일꾼 일삯은 사람들이 여느 때에 내는 세금으로 대고.


  돈벌이 때문에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은 덜 다니려 하는 버스인데, ‘사람이 다니는 길’을 헤아려 한 시간이나 두 시간에 한 대라도 지나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버스 일꾼이 회사에서 달삯을 받지 않고 ‘이 나라 여느 사람이 내는 세금’에서 달삯을 받는다면 거칠게 몰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바삐 모는 일 또한 없으리라 본다. 이리 되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버스길이 여럿 겹치는 일도 사라지겠지. 사람들 움직임에 맞추어 버스길을 알맞게 마련하고, 굳이 멀리멀리 돌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홀가분히 갈아타도록 하면서 버스가 자주 다니면 된다. 짐을 많이 들더라도, 버스 일꾼이 바삐 재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버스 일꾼이나 다른 손님이 짐을 들어 주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다니면 되니까, 외려 사람내음이 물씬 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발돋움했으니까, 외진 곳 버스역에서 단추를 누르면 ‘이제 탈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알려져, 외진 곳 손님을 태우러 따로 버스가 움직일 수 있겠지. 그러니까, 외진 곳 버스역에서 단추를 눌러서 알리지 않는다면 여느 때에는 굳이 이곳까지 따로 안 와도 된다는 뜻으로 삼으면 되고.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좋은 길을 좋은 버스가 다니기를 꿈꾼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버스들이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느긋하게 조금 더 예쁘게 달릴 수 있기를 꿈꾼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버스 일꾼이 싱긋빙긋 웃으면서 착하게 일하며 땀흘리는 보람을 누릴 수 있기를 꿈꾼다. (4345.7.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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