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뜨기 책읽기
나는 어릴 적에 실뜨기를 무척 못했다. 고무줄뜨기는 아예 질려서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떠올리지 못하는 일곱 살 밑 어느 때 고무줄뜨기를 하다가 틱 끊어지며 크게 덴 적이 있었을까. 내가 떠올리는 아주 어린 어느 날 고무줄이 끊어져 얼굴인지 눈가인지 튕기며 아주 따끔했던 적은 있다. 하다 보면 못할 만한 일은 없을 텐데, 내 어릴 적 동무들은 뜨기놀이를 할 때에 실로 하는 일 없이 고무줄로 징징 늘이며 하다 보니 이렇게 고무줄뜨기를 하는 곁에서는 멀찍이 떨어지기 일쑤였고, 내 손가락에 걸치려 하지도 않았기에, 두 아이와 살아가는 오늘에도 실뜨기를 도무지 못하고 만다.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실뜨기를 배운다. 아이 어머니는 실뜨기를 보여주는 일본 그림책을 펼치며 이것저것 가르친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실뜨기 그림책을 바라보며 흉내를 내곤 한다. 다만 아직 흉내일 뿐, 어머니가 찬찬히 가르치는 뜨기가 아니면 제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실 하나로도 오래도록 재미나게 놀 수 있다.
실이 있기에 옷감을 짜고, 옷감을 짜기에 비로소 옷을 짓는다. 실뜨기놀이란, 옷감을 짜며 남은 짜투리를 버리기 아까워 갈무리하다가 아이들이 심심해 할까 봐 이렁저렁 이어 찬찬히 놀이를 즐기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좋은 생각이 빛나서 태어난 놀이일 테지, 하고 헤아린다. 옷감을 짜든 옷을 짓든 품과 겨를이 많이 든다. 이동안 아이들은 제 어버이 곁에서 심심할 수 있다. 이때에 어머니는 눈과 몸으로는 옷감을 짜거나 옷을 지으면서 입으로는 아이더러 손가락을 어찌저찌 걸어 실을 엮으라 말할 수 있다. 아이는 길게 늘어뜨린 실을 두 손 손가락에 걸고는 차근차근 실을 꿰며 새롭게 나타나는 모양을 바라보는 데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졸음에 겨운 아이가 실뜨기놀이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실뜨기 그림책을 샀을까. 게다가 그 실뜨기 그림책은 일본책인데. 실뜨기이든 고무줄뜨기이든 할 줄 모르고 무섭다 여긴 주제에 이 그림책을 왜 장만해서 갖추었을까. 나는 앞으로 언제쯤 될는 지 모르나 실뜨기 그림책이 쓰일 날이 있으리라 느꼈을까. 나는 앞으로 나한테 찾아올 우리 아이가 이 실뜨기 그림책을 좋아할 날이 있겠지 하고 느꼈을까.
언제나 내가 읽을 책을 사서 갖추지만, 하나하나 짚으면 실뜨기 그림책을 내가 읽으려 한 책이라 여겨도 될까 궁금하다. 아니, 나로서는 실뜨기를 안 하더라도 마음으로 가만히 살피려고 장만했다고 할 테지. 나는 이쯤 즐기고 언젠가 나한테 찾아올 사람들한테 이 작은 그림책 하나 알뜰히 쓰이리라 알았기에 기쁘게 장만했다고 할 테지. 마음이 느끼고, 마음이 부르며, 마음이 읽는 책이리라. (4345.6.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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