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버이가 아플 때

 


  둘째가 몸앓이를 하던 날부터 아이 아버지 몸이 차츰 안 좋아지더니, 어제와 오늘 아이 아버지는 어떻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아리송하기까지 하다. 이제 깊은 밤이 되어 아이들 모두 새근새근 잔다. 아이들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겨우 몸을 일으켜 쉬를 누고 코를 푼다. 몸이 후끈 달지는 않으나 언제 다시 후끈 달는지 모를 노릇이다. 오늘 아침에는 퍽 늦게까지 자고 나서 일어나니 몸이 나아지는가 싶었으나, 이른아침부터 온 집안을 쓸고 닦은 다음, 아이들 씻기고 빨래하며 밥을 차리느라 여러모로 움직이고 보니 도로 몸이 달면서 기운이 쪽 빠진다. 이제 나는 어찌할 수 없다며 자리에 드러누워 한 시간 반쯤 허리를 펴려 하지만 기운이 도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아이들 부산한 소리가 귀에 쟁쟁거려 그만 벌떡 일어난다. 어지러운 몸으로 집일을 건사한다. 눈알이 핑 돌고 골이 쑤시니 스스로 생각을 빚지 못한다. 그래도 생각을 잊고 싶지 않아 자꾸자꾸 생각한다. 나 스스로 내 몸이 아프다고 여기니 자꾸 아픈지, 나 스스로 내 몸이 아플 까닭 없다고 생각하며 내 몸을 낫게 돌릴 수 있는지, 끝없이 생각한다. 식구들 굶길 수 없기에 밥은 차리지만, 밥술을 들기란 참 벅차다. 저녁 밥상은 도무지 차릴 기운이 없으나, 어찌저찌 감자 두 알 썰어 감자국을 끓여 아이 앞에 내놓는다. 첫째 아이가 밥을 제대로 뜨는지 마는지 곁에서 지켜보지 못하며 그냥 뻗는다. 둘째 아이는 오늘 네 차례 똥을 누면서 몸속 나쁜 기운을 이럭저럭 빼낸 듯하다. 그래도 저녁에 가슴에 누여 재우며 보니, 몸이 아직 뜨겁고 눈곱과 콧물은 자꾸 나온다. 이 아이들이 하루 더 달게 자고 나서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기를 빈다. 나 또한 신나게 기운을 차릴 수 있기를 빈다. 눈이 아프고 목이 따갑다. 안 아픈 데가 한 군데도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다. 내가 내 몸 구석구석 아프기를 바라기에 이토록 괴로울 만큼 아픈지, 참말 내가 스스로 맡는 일이 너무 무거워 아플밖에 없는지, 차근차근 생각한다. 몸이 무겁거나 아프기 때문에 입에서 퉁명스런 말이 튀어나오는지, 스스로 더 슬기로우며 착하게 살아가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못하니까 스스로 망가지고 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온몸이 찌뿌둥한 나머지, 낮과 밤과 아침과 새벽을 보듬는 아름다운 소리를 한 가지도 듣지 못한다. 햇살도 바람도 물도 흙도 마음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무엇을 남겼을까. 나는 우리 아이와 옆지기한테 무엇을 남기는가. 밖에서 보기에는 고단하다지만, 안에서 누리기에는 즐거운 삶이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멀쩡하다지만, 안에서 느끼기에는 고단한 삶이 있다. 우리 아이들과 옆지기와 내가 모두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나날을 누리면서 마음 가득 흐뭇한 물결이 넘실거릴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좋은 생각을 품으면서 흐트러진 몸을 다스리고 싶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고단한 몸으로 밥을 차리든 개운한 몸으로 밥을 차리든 맛나게 숟가락 들지 않는가. (4345.6.21.나무.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2-06-22 05:43   좋아요 0 | URL
몸이 아플땐 몸이 내게 할말이 있는거라 생각해요.
그럴땐 무리하지 마시고 좀 쉬세요.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니 무책임한 말을 쉽게 하고 있네요.
산들보라가 좀 나은 것 같다니 다행인데, 사름벼리랑 된장님이 어서 나으셔야할텐데요.

숲노래 2012-06-22 07:17   좋아요 0 | URL
제가 쉬면 집에서 일할 사람이 없거든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몸에서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기를 빌고 또 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