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글쓰기

 


  한겨울 쉼철을 맞이한 시골에서, 이장님 마을 방송은 으레 새벽 여섯 시에 울려퍼진다. 한여름 일철을 맞이한 시골에서, 이장님 마을 방송은 으레 새벽 네 시 사십 분에 울려퍼진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온 들판은 개구리 노랫소리가 한창 피어나고, 밤 열두 시가 가까우면 아주 무르익다가는 두 시 무렵까지 개구지게 이어지는데, 새벽 세 시에서 네 시로 접어들 즈음 거의 모두 잠든다. 이즈음 노래하는 개구리는 그야말로 한두 마리 있을까 말까. 밤에 노래하던 새들도 새벽 세 시에서 네 시로 접어들 무렵에는 아주 조용하다. 바야흐로 다섯 시까지는 새소리 한 점 찾아 들을 수 없다. 낮에 노래하는 새들은 다섯 시부터 바지런을 떨며 먹이를 찾는다.


  내가 도시 한복판에서 신문배달로 먹고살던 지난날, 언제나 새벽 한 시 오십 분에 일어나 짐을 추슬러 새벽 두 시 이십 분 즈음부터 자전거를 몰며 골목을 도는데, 새벽 세 시까지는 이래저래 술에 전 사람이 기웃기웃 보이지만, 세 시를 넘어 네 시에 접어들 때까지는 술꾼뿐 아니라 이웃 신문배달꾼조차 보이지 않는다. 골목을 청소하는 일꾼도 아직 나오지 않을 때라, 이 즈음 나는 홀로 아주 조용히 또 아주 홀가분히 바람 가르는 소리를 살짝 내며 신문을 넣었다.


  모든 목숨이 깊이 잠든 한때, 모든 목숨이 막 깨어나기 앞서, 모든 목숨이 가장 느긋하며 고요한 한때, 모든 목숨이 가장 호젓하며 보드라울 무렵, 나는 온몸이 땀으로 펑석 젖으며 하루를 열었다. 이제 나는 옆지기와 두 아이하고 살아가면서, 이 즈음, 새벽 세 시부터 네 시 사이 고요한 말미를 더없이 아끼면서 사랑한다. 내 슬기를 모으고 내 깜냥을 가다듬어 새벽에 글 한 줄을 쓴다. (4345.6.12.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