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6.1.
: 짧게 달려도 좋은 나들이
- 자전거마실은 짧게 달려도 언제나 좋다. 돌이켜보면, 걷기마실 또한 짧게 걸어도 좋다. 두 다리로 들판을 느끼고, 자전거로 논밭을 느낀다. 두 다리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전거로 흙을 헤아린다.
- 살짝 면내마실을 하는 김에, 우리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 책 갈무리를 하려고 들르지 않는다. 도서관으로 쓰는 옛 초등학교 나무숲 한쪽에 조그맣게 딸밭이 있기 때문이다. 딸밭에서 들딸을 딴다. 한 주먹 따서 첫째 아이 손바닥에 안긴다. 첫째 아이더러 동생이랑 나누어 먹으라 이야기한다. 거의 첫째 아이가 먹었을 테지만, 동생도 조금 나누어 먹었겠지.
- 마을마다 논을 갈고 삶느라 바쁘다. 일손이 빠른 집은 벌써 모내기까지 끝냈다. 아직 논을 갈지 않은 데도 꽤 있다. 요사이는 논일을 몽땅 기계로 하니까 차례를 기다리며 느즈막하게 갈아엎은 다음 삶고 모내기를 하는 집이 있을 테지. 논을 삶는 곁에 하얀 새들이 잔뜩 내려앉아 지켜본다. 기계가 논을 가로지를 때마다 개구리가 죽지 않으려고 뛰쳐나올 때에 잡아먹으려고 지켜보리라. 어느 개구리는 기계 쇳날에 그대로 찔려 죽을 테고, 문득 두려움을 느낀 개구리는 뛰쳐나가다가 새한테 잡아먹힐 테지. 개구리는 꽤 많이 죽을 텐데, 꽤 많이 죽더라도 저녁이 되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온 마을을 우렁차게 울린다.
- 둘째는 자전거로 면에 닿기 앞서 잠든다. 함께 앉은 누나가 동생을 닥독이며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 준다.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재우지요?”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자라고 노래 불러 주었어요.” 뒤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아이야, 잘 자다가 네 큰소리에 동생이 깰랴.
- 면 소재지를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화중학교 다니는 가시내 하나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다.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구나. 그런데 치마가 너무 밭네. 좀 나풀나풀 치마를 입어야 페달을 밟을 때에 수월할 텐데. 어쨌든, 홀로 자전거 타고 씩씩하게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예쁘다. 다만, 이 아이한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어른은 둘레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가 손잡이 잡고 달리는 품새가 너무 아슬아슬하다. 자꾸 옆으로 덜덜 떨린다. 아직 자전거 탄 지 얼마 안 되었을까. 안장 높이가 아이한테 좀 낮구나 싶기도 한데,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몸에 잘 맞추어 자전거를 타도록 이끌 수 있기를 빈다. 학교에서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자전거 수업을 열면 참 좋을 텐데.
-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앞에서 둘째가 깬다. 깬 둘째를 본 마을 할머니가 고놈 예쁘다고 인사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