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95] 은지은지
생각을 스스로 가둔 사람은 말 또한 스스로 가둡니다. 말을 스스로 가두는 사람은 사랑 또한 스스로 가둡니다. 사랑을 스스로 가두는 사람은 삶을 스스로 가두어요. 삶을 스스로 가두기에 이웃이나 동무나 살붙이를 아름다이 어깨동무하지 않고, 자꾸 어떤 굴레를 씌워 가두려 합니다. 내가 알맞으며 바르고 아름다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쓰자면, 나부터 즐겁게 생각을 열어야 합니다. 생각을 열면서 사랑을 열어야 합니다. 사랑을 열며 삶을 열어야 하고, 삶을 여는 동안 내 좋은 둘레 사람들 꿈길을 나란히 열어야 해요. 국어사전을 통째로 외운대서 말을 슬기롭게 빚지 못해요.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닌대서 한국말을 알차게 빛내지 못해요. 똑똑하다는 사람이 말을 똑똑하게 쓰지는 못해요. 사랑스레 마음을 열면서 생각을 돌보는 사람일 때에 비로소 말을 슬기롭게 가다듬으면서 어여삐 일구는구나 싶어요. 그래, 나는 어릴 적부터 좋은 삶과 꿈과 넋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나머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식으로 받아들였어요. 개구리하고 함께 지내며 노랫소리 듣지 못했고, 제비랑 한 지붕에서 살아가며 노랫소리 듣지 못했어요. 언제나 교과서에 적힌 울음소리 틀에 따라 참새는 ‘짹짹’ 병아리는 ‘삐약삐약’이라고 여겼어요. 아이들 낳고 삶터를 시골로 옮기며 개구리랑 제비랑 참새랑 냇물이랑 함께 살아가며 비로소 소리를 듣고 노래를 느끼며 사랑을 깨닫습니다. 우리 집 첫째 아이가 어느 멧새 노랫소리를 듣다가, “저 새는 은지은지 하고 우네.” 하고 읊는 얘기를 들으며 빙긋 웃습니다. (4345.5.3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