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냥거리는 글쓰기
한겨레말에 ‘비아냥’이 있다. 한겨레말에 ‘사랑’이 있고 ‘따스함’이나 ‘어루만짐’이 있지만, 이와 함께 ‘비아냥’이 있고 ‘헐뜯기’가 있다. 한겨레말에 ‘어깨동무’와 ‘너그러움’이 있지만, 이와 나란히 ‘깎아내리기’와 ‘따돌리기’가 있다.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누구보다 나를 사랑으로 감싼다. 내 사랑은 내 온몸과 온마음을 사랑스레 보듬으면서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한테 사랑을 곱게 나누어 준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비아냥은 누구보다 나를 비아냥으로 에워싼다. 내 비아냥은 내 온몸과 온마음을 슬프게 갉아먹으면서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 또한 아프게 갉아먹고야 만다.
아이들이 권총이든 긴총이든 손에 쥐어 논다. 어른들이 전쟁영화를 만들고 전쟁과 똑같은 사회에서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는 돈벌기 놀이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칼을 쥐고 나무막대기를 휘두르며 논다. 어른들이 전쟁무기를 만들고 전쟁과 똑같은 학교에서 점수따기를 다투며 서로를 밀어붙이는 시험 놀이에 확 빠졌기 때문이다.
사랑하며 글을 쓸 때에는 내 몸과 마음이 사랑스럽게 자라도록 북돋운다.
비아냥거리며 글을 쓸 때에는 내 몸과 마음이 메마르게 무너지도록 이끈다.
나한테서 나오는 말은 나한테 돌아간다. 너한테서 나오는 말은 너한테 돌아간다. 나한테서 샘솟은 사랑은 나한테 돌아온다. 너한테서 샘솟은 비아냥은 너한테 돌아온다. 나는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빛나게 살아가는지 어떠한지 잘 모른다. 다만, 오늘 하루 나로서는 가장 즐겁고 좋은 나날을 누린다고 생각한다. 어느 모로는 모자라고 어느 모로는 어수룩할 텐데,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기쁘게 누린다. 어수룩하면 어수룩한 대로 웃으며 누린다.
나는 사랑을 받고 싶다. 나는 사랑을 받고 싶어 사랑을 적는다. 나는 사랑을 주고 싶다. 나는 사랑을 주고 싶어, 사랑만 생각하며 글을 쓰기로 한다. 나는 나를 비롯해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 누구나 따사로운 눈길과 너그러운 손길로 살가이 어깨동무할 수 있는 조그마한 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 조그마한 지구별을 꿈꾼다. 글 한 줄 애써 쓸 말미를 내는데, 사랑을 담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프며 아프고 힘겨운 노릇일까. (4345.5.29.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