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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욤꽃 책읽기

 


  감꽃하고 고욤꽃은 다르게 생겼다. 고욤이 있기에 감나무가 있다. 감은 언제부터 감이었을까. 가지를 이어붙여 감나무를 이룬다는데, 감나무를 맨 처음 이룬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주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니던 때에도, 또 이무렵 충청남도에 있는 시골집에 나들이를 할 적에도, 어른들은 으레 ‘감나무는 가지 이어붙이기를 해서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어른은 가지 이어붙이기를 어떻게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스스로 이렇게 해 보라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우리 네 식구는 전남 고흥 시골집에서 살아가고, 우리 집 뒤꼍에 감나무랑 고욤나무가 나란히 있다. 어쩌면, 이 시골집 옛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몸소 가지 이어붙이기를 해서 감나무를 얻지 않았을까. 가지를 이어붙인 고욤나무는 한쪽 구석에 두고, 집 앞에 감나무를 예쁘게 심어 키우지 않았을까.


  봄맞이 감꽃이 피었다가 천천히 진다. 봄맞이 고욤꽃이 피었다가 살며시 진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으레 감꽃을 말하고 감꽃을 먹으며 감꽃을 노래한다. 돌이키면, 나 또한 감꽃을 생각하거나 바라보거나 느꼈을 뿐, 막상 고욤꽃을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맞아들이려고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다.


  자그맣게 열매를 맺는 고욤이기에, 고욤나무 고욤꽃은 촘촘히 달린다. 자그마한 풀딸랑이 줄지어 달린다. 나무그늘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풀딸랑이 딸랑딸랑 바람결에 흔들리며 어여쁜 풀노래 들려주는 소리를 누린다. 아이는 흙바닥에 떨어진 고욤꽃을 손바닥 가득 주워서 아버지한테 보여준다. “아버지 이거 뭐예예요?” 다섯 살 아이는 “뭐예요?” 하고 말해야 하는 줄 아직 모르고, “‘뭐예’예요?” 하고 말한다. “이게 뭘까? 생각해 봐.” 하고 이르고는, 곧이어 “고욤꽃이야.” 하고 붙인다. “고임꽃?” “고욤꽃.” “아, 고염꽃.”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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