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기계는 왜 써야 하는가
옆지기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들이 찾아왔다. 우리 집 둘째 아이 돌날을 맞이해 이레 늦지만, 부처님오신날을 끼고 먼길을 찾아왔다. 갑작스레 찾아든 네 손님은 두 아이와 놀기에 넉넉하다. 하나는 일찌감치 잠들지만 하나는 오래도록 잠들지 않는다. 늦도록 잠을 미룬 하나는 밤오줌을 잘 가리나, 그만 제풀에 지쳐 옷에 살짝 쉬를 지리고는 끅끅 운다. 바지야 갈아입으면 되니 울 까닭 없다고, 개구리 노랫소리 들으며 얼른 쉬 더 하라 이른다. 겨우 마음을 달랜 아이는 바지를 벗는다. 속옷도 벗는다. 새 옷을 입힌다. 이러고 나서 오랜만에 함께 잠을 자는 이모 곁으로 눕는다.
이듬날 아침. 지난 저녁에 나온 옷가지를 손빨래한다. 새벽 여섯 시에 마당에 넌다. 햇살은 벌써 마당으로 드리우고, 이슬은 천천히 마른다. 여섯 시 반 무렵에 둘째 아이 깬다. 둘째 아이 오줌기저귀가 나온다. 한 시간쯤 지나 둘째 아이가 똥을 눈다. 둘째 아이 밑을 씻기며 바지와 기저귀를 간다.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진작 깨어 움직이시기에 둘째 아이하고도, 또 이윽고 깬 첫째 아이하고도 신나게 논다. 아이들 아버지는 홀가분하게 아이들 똥오줌기저귀를 손빨래한다.
손빨래는 그때그때 하면 된다. 아이들 옷이든 어른들 옷이든 틈틈이 빨면 참 수월하며 일찍 끝난다. 기저귀 한두 장, 여기에 아이 바지 몇 장은, 흐르는 물에 잘 비벼 헹구기만 해도 된다. 이 다음은 햇볕이 보송보송 말려 준다.
빨래기계를 써야 하는 까닭이라면 온갖 집일을 한 사람이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하고 복닥이거나 놀아야 하기에 빨래기계를 쓰며 몇 분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느낀다. 두 어버이가 집일을 알맞게 나누어 맡는다든지, 아이들하고 한결 가붓하게 어울린다면, 틈틈이 손빨래를 하는 곁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도록 이끌 만하다. 집일뿐 아니라 바깥일에 치이고, 또 집 바깥에서 돈벌이에 마음을 많이 쏟아야 한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빨래기계를 안 쓸 수 없다. 집일을 즐겁게 누리고, 바깥일을 알뜰히 추스른다면, 오늘날 사람들 누구나 빨래기계 없이 두 손으로 삶을 빛내며 아이들 사랑을 밝힐 만하리라 생각한다.
빨래기계를 쓰기에 아이들과 더 오래 더 느긋하게 놀지 않는다. 두 손으로 빨래를 하기에 아이들과 못 놀거나 안 놀지 않는다. (4345.5.27.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