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33 : 사연과 얘기

 


편지 뭉치 속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사연이 달랐다. 편지의 주인공들이 자기들끼리도 서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흥환 엮음-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삼인,2012) 9쪽

 

  “편지의 주인공(主人公)들”은 “편지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편지 주인공들”이나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자기(自己)들끼리’는 ‘저희들끼리’로 손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는 “얘기하는 듯했다”나 “얘기하는 느낌이었다”로 손봅니다.


  한자말 ‘사연’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事緣’은 “일의 앞뒤 사정과 까닭”을 뜻한다 합니다. 다음으로 ‘辭緣/詞緣’은 “편지나 말의 내용”을 뜻한다 해요. 이 보기글에서는 어느 한자말로 썼을까요.


  그런데, ‘사정(事情)’은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뜻하는 한자말이에요. ‘事緣’ 말풀이는 겹말인 셈입니다. ‘내용(內容)’은 “줄거리”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이모저모 살피면, 한자말 ‘사연’은 어떤 일이 일어난 앞뒤 까닭이나 흐름이나 이야기”를 나타낸다고 하겠습니다.

 

 저마다 사연이 달랐다
→ 저마다 얘기가 달랐다
→ 저마다 삶이 달랐다
→ 저마다 숨결이 달랐다
→ 저마다 속삭임이 달랐다
 …

 

  보기글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앞에 나오는 ‘사연’은 ‘얘기’나 ‘이야기’로 고쳐쓸 때에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얘기’가 다시 나오고, 뒷자리 ‘얘기’는 쓰임새가 다릅니다.


  앞이나 뒤나 ‘얘기’로 적어도 좋습니다. 다만, 앞뒤에 같은 낱말을 넣고 싶지 않다면 찬찬히 생각을 기울입니다. 앞에서는 “삶이 달랐다”나 “속삭임이 달랐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편지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만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나 느낌이 어떠한가를 헤아립니다. 어느 때에는 속삭임이나 속살거림이라 할 테지요. 어느 때에는 숨결이나 목소리라 할 테지요. 어느 때에는 삶이나 꿈이나 사랑이라 할 수 있어요.


  가장 알맞다 싶은 말마디는 내가 가장 슬기롭게 생각을 기울일 때에 얻습니다. 가장 어울린다 싶은 글줄은 내가 가장 생각힘을 빛날 때에 찾습니다. (4345.5.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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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뭉치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삶이 달랐다.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서로 얘기한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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