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32) 선생님

 

20대끼리 나이 들먹이며 윗사람인 체한다면, 그것은 선생님처럼 나이가 제법 든 사람의 눈에는 …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선생님은 거기에 반대하는 입장이야
《함규진-10대와 통하는 윤리학》(철수와영희,2012) 42, 86쪽

 

  ‘그것은’은 ‘이는’으로 다듬고, “사람의 눈에는”은 “사람 눈에는”으로 다듬습니다. “인터넷 실명제(實名制)”는 그대로 둘 때가 한결 나은 듯 여기지만, “인터넷 이름 밝히기”나 “인터넷 참이름 쓰기”처럼 쉽게 풀어내어 쓰는 길을 살필 수 있을 때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가 거론(擧論)되기도 하는데”는 “-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나 “-를 들먹이기도 하는데”나 “-를 하자 말하기도 하는데”로 손보고, “거기에 반대(反對)하는 입장(立場)이야”는 “이 생각에 반대해”나 “이와 달리 생각해”로 손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처럼 나이가 제법 든 사람의 눈에는
→ 나처럼 나이가 제법 든 사람 눈에는
→ 아저씨처럼 나이가 제법 든 사람 눈에는
→ 나이가 제법 든 사람 눈에는
 …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는 일을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는 일이 마치 ‘순 우리 말 쓰기’라도 되는 듯 여깁니다.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하면서도 아름다운 말을 꿈꾸지 못하고, 올바른 정치를 꾀한다면서 올바른 말을 꾀하지 못합니다.


  ‘선생님’이라는 말마디는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누군가’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남이 누군가를 가리키는 말이지, 누군가 스스로를 내세우거나 나타내는 말이 아닙니다.


  신하나 백성이 누군가를 가리켜 ‘임금님’이라 말할 뿐, 누군가 스스로 “임금님으로서 가로되”처럼 나타낼 수 없습니다. 누군가 어느 사람을 가리켜 ‘사모님’이라 말한대서, 어느 사람 스스로 “사모님은 이렇게 생각해” 하고 말할 수 없어요.


  이와 같은 말씀씀이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말씀씀이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을 때에는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선생님은 거기에 반대하는 입장이야
→ 나는 이 생각에 반대해
→ 내 생각은 이와 달라
→ 나는 이와 달리 생각해
 …

 

  나를 스스로 밝힐 때에는 ‘나’라 말합니다. 맞은편을 높이는 말투로 가다듬는다면 ‘저’라 말합니다. 이를테면, 신문기자가 인간문화재 어르신을 만나뵙는 자리에서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고 물을 수 있을 텐데, 이때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말하면 알맞습니다.


  학교 교무실에서 ‘여러 교사’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때에 ‘여러 교사’는 스스로를 어떻게 밝히며 이야기를 나눌까요. 서로서로 “선생님은 말이야” 하며 말머리를 열지 않겠지요.


  곧, ‘학생’ 앞에서 ‘교사 스스로’를 높이는 말투로 ‘선생님’이라는 낱말을 쓰는 셈입니다. 대이름씨 아닌 ‘선생님’이지만, 학생 앞에 서는 사람들이 대이름씨를 올바르게 가누지 못하는 노릇입니다. 학생 앞에 선 교사가 ‘스스로를 높이는 듯’한 말투로 한국말을 잘못 쓰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교사는 한 가지를 더 모르거나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先生)’이라는 낱말은 높이는 말입니다. 높이는 자리에 쓰는 ‘선생’입니다. 처음부터 높이는 낱말인 터라, 굳이 ‘-님’을 붙이지 않아도 돼요.


  ‘스승’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한국말입니니다. 할아버지가 어린이를 바라보며 “네가 내 스승이구나.” 하고 말합니다. 어린이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할아버지가 제 스승이에요.” 하고 말해요.


  더 생각해 보면, ‘손님’을 가리키는 한자말 ‘고객(顧客)’을 더 높여 일컫는다며 ‘고객님’이라 말하곤 합니다. ‘손님’이라는 낱말이 ‘손’을 높이는 낱말이요, ‘고객’이라는 한자말부터 ‘손님’으로 바로잡아야 올바르지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옳게 바로잡지 못하면서 더 엉뚱하게 ‘고객 + 님’처럼 말을 하고야 맙니다. 엉뚱하게 말하면서 스스로 엉뚱한 줄 모를 뿐 아니라, 마치 좋은 말을 한다는 듯 잘못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나 스스로 바보가 되지 않자면 생각하며 말해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아름답게 일구고 싶으면 생각하며 말을 북돋아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내 넋과 꿈을 어여삐 돌보고 싶으면 생각하는 삶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4345.4.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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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끼리 나이 들먹이며 윗사람인 체한다면, 이는 나이가 제법 든 사람 눈에는 … 인터넷에 이름을 밝히도록 하자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는 이와 달리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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