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2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살아가는가
 [만화책 즐겨읽기 128] 토우메 케이,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2)》

 


  면소재지로 가서 한 표 권리를 씁니다. 한 표 권리를 쓰고 나서 조그마한 면소재지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기 앞서 제비 두 마리를 봅니다. 아, 제비구나. 제비가 날아왔구나. 지난겨울 따스한 곳에서 잘 지내고 올봄 이렇게 찾아왔겠지요.


  사람들 가까이에서 낮게 낮게 재게 재게 날아다니는 제비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난 어릴 적부터 ‘제비하고 이웃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꿈을 꾸었지, 그래 이 꿈대로 내가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구나.


- “두 장 다 주는 게 아니었어? 너랑 같이 가자고?” “괴수 영화를 보러 가는 이상한 커플이 되어 보자구.” (6쪽)


  왜 다른 새도 아닌 제비였을까 궁금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왜 다른 무엇도 아닌 제비일까 알쏭달쏭하지만, 그저 제비가 떠오르고 제비가 좋아서 제비가 노닐며 보금자리를 트는 곳이 나와 내 살붙이들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꿈을 꾸었으리라 느껴요.


  어제 낮 제비 두 마리를 보면서도, 내 어릴 적 꿈 가운데 하나가 제비하고 이웃하는 삶터인 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비 두 마리 모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자꾸 되새기고 거듭 생각하다가, 아하 그랬구나 하고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어린 나날부터 품은 꿈을 차근차근 이루는 삶이 아니랴 싶습니다. 어쩌면 누구라도 어린 나날부터 즐거이 품은 꿈을 시나브로 이루며 누리는 삶이 되리라 봅니다.


  좋은 꿈을 꾸면서 좋은 날을 누립니다. 좋은 꿈을 생각하면서 좋은 사랑을 빚습니다. 좋은 꿈을 돌보면서 좋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 “성은 지금 그대로, 아저씨 딸이 돼도 바꾸지 않겠어요. 아저씨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전 이 성이 마음에 들거든요.” (29쪽)
- ‘노나카 하루. 부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질 것 같은 이름이지?’ (34쪽)


  멧새와 들새 우짖는 소리를 들으며 새벽부터 밤까지 보냅니다. 아이들 복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온 하루를 보냅니다. 나한테는 내 삶이 가장 대수롭겠지만, 내 옆지기한테는 옆지기 삶이 가장 대수롭고, 아이들한테는 아이들 삶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내 어버이한테는 내 어버이 삶이 가장 대수로울 테지요.


  서운하게 여길 일이 없고, 아쉽게 느낄 일이 없어요. 내가 내 어버이한테서 제금나서 남녘땅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듯, 우리 아이들은 나와 옆지기한테서 제금나며 어딘가 다른 시골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고, 도시로 나아가서 일거리를 찾을 수 있어요. 어떻게 살아가든 스스로 곱게 꿈을 품고 스스로 사랑스레 꿈을 이룰 때에 아름답다고 느껴요.


  그러면 오늘 내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가만히 묻습니다. 나 스스로 나한테 묻습니다. 내가 누리는 오늘 하루 햇살이 얼마나 따스한가, 하고 조용히 묻습니다. 내 어머니, 곧 아이들 할머니가 둘째 돌떡을 마련해 주시겠다고 전화하듯, 나는 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 곧 나한테 손자 손녀가 될 아이들이 태어나 돌을 맞이할 즈음 틀림없이 돌떡을 마련해 주려고 하겠지요.


- “자기 위안이라도 자극은 되잖아? 적어도, 아까 네 그림을 보고 난 자극을 받았는데.” “그 정도는 1년만 하면 누구나 그릴 수 있어. 그래, 기술만 배울 거라면 학원도 괜찮을지 모르지. 문제는 그 다음부터야.” (160쪽)
- “아까, 이 그림이 재미있다고 한 건,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실력은 형편없지만. 대학에 들어간 지 두 달 정도 됐을까, 왠지 그림을 그릴 수가 없게 되었어. 그래서 그만둔 거야. 하지만, 그림은 그리고 싶었어. 이곳으로 돌아온 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하지만, 이곳에 돌아온 지 반 년 가까이 됐는데도 아직 한 장도 완성하지 못했어. 역시, 그릴 수가 없었어.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이제부터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고 보니 그리고 싶은 그림이 뭔지 모르겠더군.” (176쪽)


  왜 살아가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랑을 하면서 왜 살아가고 싶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일구며 왜 살아갈 뜻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내 몸은 밥을 먹더라도 죽은 목숨이라고 느낍니다. 생각을 할 때에는 내 몸이 밥을 굶더라도 싱그러운 목숨이라고 느낍니다.


  좋은 꿈을 생각합니다. 고운 사랑을 생각합니다. 착한 넋을 되새기고 참다운 얼을 아로새깁니다. 즐거이 꽃피울 생각을 되뇝니다. 기쁘게 누릴 사랑을 곱씹습니다. 나부터 좋고 옆지기하고 좋으며 아이들이랑 서로 좋을 삶은 어떤 빛깔이고 어떤 무늬이며 어떤 결에 어떤 내음일까를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밥상을 마주하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씻기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품에 안으며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밤하늘 올려다보며 생각합니다.


-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다행이야.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 (94∼95쪽)
- “우선 간병부터 해 줘. 시나코 선생님에게 했던 것처럼. 내게도 똑같이 해 줘. 누추하지만 들어와. 왜 그러고 있지?” “아무리 그래도 혼자 사는 여자의 집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시나코 선생님 집에는 들어갔으면서?” (127쪽)


  토우메 케이 님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학산문화사,2001) 둘째 권을 읽습니다. 천천히 만화책을 읽으며 왜 살아가는가를 곰곰이 헤아립니다. 눈이 잠기는 고단하다 싶은 삶을 되짚으며 이 만화책 하나 나한테 어떤 빛이 될는지 헤아립니다.


  내 좋은 이야기는 내 가슴에 있겠지요. 내 좋은 말마디는 내 옆지기하고 오순도순 섞을 때에 태어나겠지요. 내 좋은 눈빛은 아이들을 따사로이 바라볼 때에 빛나겠지요.


  어디 멀리에 있는 꿈이 아니라고 느껴요. 어디 먼 나라에서 찾을 사랑이 아니라고 느껴요. 어디 멀고먼 곳에서 헤아릴 밥벌이란 없으리라 느껴요.


- “그림이란 원래 남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지식이나 기술로 그려진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206쪽)


  스스로 찾는 길입니다. 스스로 차리는 밥입니다. 스스로 따스한 사랑입니다. 스스로 좋은 삶입니다. 스스로 빛나는 믿음입니다. 스스로 밝은 꿈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아이들 어버이로 서기 앞서 튼튼하고 씩씩한 나여야 합니다. 나는 내 어버이한테 아이로 서기 앞서 착하며 해맑은 나여야 합니다.


  내 마음밭에 먼저 사랑씨앗 심을 노릇이에요. 내 마음자리에 무엇보다 곱고 싱그럽게 빗방울 뿌릴 노릇이에요. 내 마음터에 사근사근 속삭이든 보드라이 간질이는 햇살바람 산들산들 감돌게 할 노릇이에요. (4345.4.12.나무.ㅎㄲㅅㄱ)


―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2 (토우메 케이 글·그림,신현숙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1.7.25./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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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림이란 원래 남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지식이나 기술로 그려진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206쪽)
내 마음밭에 먼저 사랑씨앗 심을 노릇이에요. - 좋은 말입니다. 글쓰기에도 해당하겠죠?

숲노래 2012-04-13 03:36   좋아요 0 | URL
모든 일
모든 삶
어느 자리에서나
한결같이 헤아리면 잘 들어맞으면서
내 생각을 북돋우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