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장난감 3 - 애장판
오바나 미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는 무엇이 갖고 싶을까
 [만화책 즐겨읽기 139] 오바나 미호, 《아이들의 장난감 (3)》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자격증을 딴 어른입니다.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교를 마치면서 교원자격증을 거머쥐어야 비로소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습니다.


  교원자격증이란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사라는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자격을 가리킵니다. 다만, 교사라는 자리에 선대서 모두 아이들을 가르칠 만한 그릇이지는 않습니다. 교과서에 담은 지식을 학교에서 알뜰히 들려줄 수 있다뿐입니다.


  교사가 되는 자격증은 ‘아이를 사랑하는 넋’이 어떠한가를 따지지 않습니다. 교사가 되는 자격증에는 ‘아이를 믿는 마음’을 담지 않습니다. 교사가 되는 자격증은 ‘아이가 스스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이 어떠한가를 살피지 않습니다. 교사가 되는 자격증에는 ‘아이가 즐거이 누릴 삶’을 담지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 국어나 영어나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고 싶다 말했기에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런저런 과목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도덕이나 국민윤리를 가르치는 까닭은, 세계사나 한문을 가르치는 까닭은, 일본말이나 컴퓨터를 가르치는 까닭은, 환경이나 가정을 가르치는 까닭은, 모두 ‘어른이 만든 사회에 아이가 맞추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따지면, 초등학교이든 대학교이든, 어른이 미리 만든 사회 틀거리에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맞추어 들어와야 한다고 밀어넣는 셈입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새 얼거리나 줄거리를 짜도록 문을 열지 않아요. 아이들 나름대로 새 삶이나 꿈을 빚도록 길을 트지 않아요.

 


- “하지만 어렸기 때문이라고 해서 용서될 일이 아니란 건 알고 있겠지?” “네.” “낳았으면 키운다, 개나 고양이 다람쥐도 다 아는걸. 어째서 모르는 인간이 있을까?” (44쪽)
- “하야마는 생일파티 같은 거 한 적 없어?” “없어. 매년 성묘만 갔어.” ‘윽, 칙칙하다. 이러니 인간이 비뚤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91쪽)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사당은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국회의사당은 한 나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법을 만드는 사람일 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한대서 법을 만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지킬 법이란 무엇일까요. 법을 만드는 밑바탕이란 무엇일까요.


  법이 없어도 착하고 아름다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법을 모르지만 참답고 즐거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법이란 무엇일까요. 법은 왜 있어야 할까요. 나라가 서고 정부가 있기에 법이 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을 다스려야 하니까, 많은 고을들을 거느려야 하니까, 이래저래 법을 만들지 않을까요.


  나라에서는 세금을 거둡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돈이 든다며 세금을 걷습니다. 그러면 나라는 왜 만들고 왜 다스려야 할까요. 나라가 없으면 무엇이 흔들리거나 무엇이 걱정스러울까요.


  먼먼 옛날부터 나라이든 정부이든 ‘군대를 키우는 데’에 돈을 가장 많이 쓰고 사람품을 가장 많이 들였습니다. 이 다음으로는 궁궐이나 공공기관 건물을 짓는 데에 돈을 많이 쓰고 품을 많이 들였습니다.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공공복지나 사회문화를 북돋우거나 돌보는 데에는 돈이나 품을 얼마 쓰지 않습니다. 숲과 자연과 들판과 고을을 곱게 건사하는 데에는 돈이나 품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은 왜 까만 자동차에 까만 양복에 수많은 심부름꾼을 두어야 할까요. 왜 작고 값싼 자동차를 타지 않고, 왜 버스나 자전거를 타지 않으며, 왜 스스로 일을 하지 않을까요.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책만 읽는대서 삶을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시골마을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는대서 어느 시골마을 삶을 알 수 없습니다. 몸소 시골마을로 찾아가 살아내야 비로소 시골마을 삶을 조금 짚을 만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든 법을 만들든, 스스로 마을사람이 되어 ‘낮은’ 자리에서 살아갈 때에 바야흐로 ‘어떤 정치와 법’이 아름답게 빛날 만한지 깨달을 만합니다.

 

 


- “14살에 낳았다고? 아, 앞으로 2년 반만 있으면 내가 14살인데? 우와, 놀래라! 으음, 그럼 버릴 수도 있었겠네요. 버리겠다, 버리겠어! 아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난 버려 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생각하니까. 지금의 생활이 정말 좋거든요!” (49쪽)
- “사나,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면 안 될까. 언젠가 사나와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못해요. 난 도저히 당신을 엄마라고 생각할 수 없고, 분명히 말해서 당신에겐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당신과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 보면, 엄청 무서운 게 있어요. 그게 뭐게요? 만일 당신이 날 지워 버렸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서워요. 왜냐하면, 그러면, 난 지금 여기 없을 테니까.” (62∼63쪽)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다닐 아이들 스스로 교사를 뽑지 못합니다. 대학교에서는 듣고픈 강의를 학생 스스로 고른다지만 새로 강의를 만들지 못합니다. 주어진 몇 가지 틀에서 골라야 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마음 착한 교사를 만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마음 따스한 교사와 배우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마음 사랑스러운 교사하고 어우러지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몽둥이나 주먹을 흔드는 교사를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시험점수로 윽박지르는 교사를 사귀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들볶는 교사하고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교사를 고르지 못합니다. 어른들은 교원자격증을 거머쥐면 마음결이 어떠하든 교사 일을 하면서 다달이 돈을 법니다. 아이들은 교원자격증을 거머쥔 어른 가운데 누가 저희랑 한 해를 지내거나 세 해나 여섯 해를 보내야 하는가 걱정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스스로 고르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픈 삶을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살아가야 즐거운가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꽁꽁 틀어막힙니다. 언제나 ‘위에서 어른이 틀을 만들어 내려보내는’ 학교 울타리요 교과서 지식이요 교사들뿐입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아이가 사회에서 살아가자면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알아야 한다’고. 그런데 아이가 살아가야 할 사회가 썩 아름답지 않습니다. 이것도 비뚤어지거나 저것도 기울어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빼앗긴 권리를 되찾겠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터무니없다는 무역협정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청 높이 외칩니다. 엉뚱한 데에 쇠삽날 들이대며 삶터와 자연을 망가뜨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즐거이 살아갈 만한 사회를 이룩하지 않으면서, 슬픈 사회 굴레에 아이들이 몸을 맞추어 안 좋은 삶을 꾸리라고 밀어넣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누리고 싶고 무엇을 갖고 싶으며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참으로 좋아하며 아름다이 여길 꿈과 사랑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어른들은 어른들 스스로 즐겁게 살아갈 길을 생각하지 않아요. 어른들부터 어떠한 삶일 때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빛나는가를 생각하지 않아요.

 

 


- “네가 하야마 아키토지?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그 따위 태도냐? 초등학교에서 꽤나 문제를 일으켰었나 본데, 중학교에서는, 특히 내 반이 된 이상엔 그렇게 안 될걸? 각오해 둬라.” “굉장히 즐거운가 보네요.” “뭐라고?” “왕따 시켜먹을 녀석을 발견한 질 나쁜 녀석 같은 눈빛인걸요. 교사도 어차피 인간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194∼195쪽)


  오바나 미호 님 만화책 《아이들의 장난감》(학산문화사,2004) 셋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무엇을 갖고 싶을까 하는 대목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아이들은 한 마디로 잘라 말합니다. 오직 하나, ‘사랑’을 갖고 싶다 말합니다. 아이들은 마음에 아로새겨진 생채기를 잊지 못합니다. 생채기는 차츰 아물지만, 다른 생채기가 쌓이고 쌓이면 아이들 마음은 슬픔으로 무너지고 눈물로 얼룩집니다.


  몇 해에 한 차례씩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지자체 우두머리 뽑는 날을 맞이합니다. 이들 정치꾼을 뽑을 수 있으려면 고등학교를 마친 나이쯤 되어야 합니다. 열여섯이나 열세 살 아이들은 투표권이 없습니다. 열두 살 아이나 열 살 아이 또한 투표권이 없습니다. 아이들 삶에도 크게 물결칠 일을 벌이는 정치꾼이지만, 정작 아이들한테 투표권을 주지 않습니다.


  너무 마땅한 노릇인지 몰라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거짓스러운 어른한테 표를 줄 일이 없을 테니까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거짓스러운 일을 벌이거나 꾀하는 굴레에서 허덕이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투표권을 못 줄 만하구나 싶어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도 약속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사회에서 어떤 삶을 꾸리고 싶은가를 묻고, 이 물음에 대꾸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사회를 이루도록 땀흘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즐거우며 사랑스레 살아갈 만한 사회가 되게끔 힘을 쏟아야 합니다.

 


- “츠요시 군, 저 녀석한테 뭘 갖고 싶은지 물어 봐. 자연스럽게.” “응?” … “‘사랑’이래.”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물어 보란 말이야!” (97쪽)
- “잘 들어. 하야마 아키, 한 번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엔 시효 따위 없는 거라구.” (201쪽)


  아이는 어머니랑 아버지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아마 그럴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아이 스스로 먼먼 곳에서 제 어머니랑 아버지 될 사람을 생각하고는 그리로 찾아가는지 모릅니다. 알 길은 없어요.


  어찌 되든, 아이는 제 어머니랑 아버지한테 늘 바랍니다. 즐겁게 놀아 달라고 바라고, 맛난 밥을 달라고 바랍니다. 좋은 보금자리를 일구어 달라고 바라고, 좋은 물과 바람과 햇살을 먹게 해 달라고 바랍니다.


  아이들은 자가용이나 아파트를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책이나 컴퓨터나 비디오를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돈이나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를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놀이공원이나 외국여행이나 텔레비전을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로지 한 가지만을 바라요. 어머니 아버지가 따숩게 빚어 예쁘게 나눌 사랑 한 가지만을 바라요. 아이들은 제 어버이한테뿐 아니라 이웃 어른한테도 똑같이 바라요. 그저 밝은 사랑과 맑은 꿈으로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4345.4.11.물.ㅎㄲㅅㄱ)


― 아이들의 장난감 3 (오바나 미호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4.11.25./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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