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 훔치는 글쓰기
둘째를 업고 방바닥을 훔친다. 둘째가 아직 우리한테 오지 않고 첫째와 셋이서 살아가던 때에도 곧잘 첫째를 업고 방바닥을 훔치곤 했다. 홀로 잠자리 깔개를 들어내어 햇볕에 말리고 이불을 털어 해바라기를 시킨 다음 방바닥을 비질하고 나서 걸레질을 할 때에, 갓난쟁이가 으앵으앵 울면 으레 아이를 업고 방바닥을 훔친다.
며칠 사납게 불던 바람을 꽤 쐬고 나서 몸이 무거워진 둘째가 비실비실거린다. 이 아이를 옆에 눕히고 집 안팎을 치우고 닦을 수 없기에 아이를 안고 빨래를 한다. 아이를 업고 청소를 한다. 등허리와 팔다리가 욱씬욱씬하다. 그렇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청소를 또 미룰 수 없다. 하루치 빨래를 미루면 이듬날 어마어마하게 쌓여 마당에 널기 힘겹다.
아이를 한 해 걸러 낳은 집에서는 집일을 어떻게 건사할까. 아이를 한 해 걸레 셋이나 넷을 낳았을 옛날 어머님이라면 집일을 어찌 돌보았을까. 첫째가 무럭무럭 자라 집일을 조금 거든다면 수월할 텐데, 조금 거들만 한 나이라 하더라도 예나 이제나 어머니 자리에 선 사람이 할 몫이 너무 많다.
사랑스레 살아갈 좋은 보금자리가 되도록 손을 쓰고 마음을 쓰며 몸을 쓰는 일이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며 집을 지을 줄 알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더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어떤 꿈을 이룬다 하든, 어떤 학문을 이룬다 하든, 어떤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이룬다 하든, 어떤 문화와 예술을 쌓는다 하든, 무엇보다 좋은 밥과 고운 옷과 착한 집을 건사하며 다스릴 수 있어야 참다이 이루어지는 셈 아닌가 싶다. (4345.4.5.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