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왜 그래? 비룡소의 그림동화 193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52] 윌리엄 스타이그, 《어른들은 왜 그래?》(비룡소,2008)

 


  어린 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할 수 없습니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품에 안은 사람은 좋은 일을 떠올리고 맑은 꿈을 꾸며 고운 사랑을 노래합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시끌벅적하며 커다란 도시 한복판에서라도,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고 걸어다니면, 또 어린 아이가 스스로 걸을 때에 손을 꼬옥 잡고 거닐면, 이 아이와 함께 다니는 어른은 아이한테 무엇을 베풀어야 좋은가를 찬찬히 깨닫습니다. 아이한테는 더 많은 돈이나 더 비싼 옷이나 더 향긋한 밥이 부질없어요. 아이한테는 너그러운 사랑과 따사로운 꿈이 가장 반갑습니다. 아이한테는 호젓한 놀이터와 즐거운 보금자리가 가장 좋아요.


.. 어른들은 있잖아, 우리가 행복하길 원한대 ..  (7쪽)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고 일하는 사람은 나쁜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이가 곁에 있으니 아이가 다칠까 걱정스러운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어른 스스로 즐거우면서 근심없는 일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즐거우면서 좋은 일을 합니다. 아이들이 함께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른 스스로 그닥 할 만하지 못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찬찬히 지켜보면서 조용히 이어받을 만하지 못한 일이라면 어른 스스로 기쁘게 배워 아름다이 꽃피울 만하지 못한 일이 아니랴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따로 문화이니 예술이니 과학이니 진보이니 혁명이니 교육이니 정치이니 경제이니 스포츠이니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과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이루지 않는다면 덧없는 모래탑이 되리라 느껴요.


  성적을 높여야 할 일은 없습니다. 점수를 거머쥐어야 할 이야기란 없습니다. 남보다 앞서야 할 일은 없습니다. 누구보다 돋보여야 할 이야기란 없습니다.


  저마다 좋아하며 누릴 삶입니다. 다 함께 어깨동무하며 기쁘게 웃을 나날입니다.

 

 


.. 어른들은 자기들도 어릴 적이 있었대. 하지만 우리를 혼내는 걸 좋아해 ..  (8∼9쪽)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이 밥은 돈이 얼마’이고 ‘이 밥은 얼마나 좋은 푸성귀’인가 하고 낱낱이 알려줄 어버이는 없습니다. 이런 영양과 저런 기운을 살피기는 하되, 이런 지식과 정보를 아이한테 아로새기면서 밥을 먹일 어버이는 없습니다. 어쩌면 있을는지 모르는데, 아이한테 이렇게 종알거리며 밥을 먹자 하면 아이는 어떻게 느끼려나요. 이와 마찬가지인데, 나와 같은 어른하고 마주앉은 밥자리에서 이 밥이 어떠하고 저 나물은 어떠하다고 종알종알 한다면 어떠할까요. 이 집은 값이 얼마이고 이 자가용은 값이 얼마이며 이 도자기나 그림은 값이 얼마라고 남들 앞에서 떠드는 일이란 얼마나 즐거울까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 좋은 줄거리나 좋은 그림을 듬뿍 받아들여도 즐거울 수 있지만, 이렇게 좋다 하는 그림책 아닌 우리 식구들 서로서로 좋다 여길 삶을 누리는 나날이라면, 우리 오늘 하루가 곧바로 그림책 이야기라 할 만하지 않을까 하고.


  아이들하고 걷는 들길이 ‘들길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하고 밭을 일구는 괭이질과 호미질이 ‘괭이질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이랑 논둑을 걷다가 가만히 들여다보는 들꽃 한 송이는 ‘들꽃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이랑 마당에서 한갓지게 노닥거리며 쬐는 햇살 한 줌은 ‘햇살 이야기책’입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바람 이야기책’을 날마다 빚을 수 있습니다. ‘물놀이 이야기책’이든 ‘빨래 이야기책’이든 ‘소꿉 이야기책’이든 ‘실뜨기 이야기책’이든 마음껏 빚을 수 있어요.


  어느 그림책이든 모두 좋은 삶에서 비롯하겠지요. 어느 동화책이든 모조리 좋은 꿈을 꾸는 사랑에서 비롯하겠지요. 남달리 멋진 붓질을 뽐내는 그림책은 아이한테 덧없습니다. 남달리 멋스러이 보이거나 예쁘게 보이려는 그림책 또한 아이한테 부질없습니다. 아이들한테나 어른들한테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가장 즐겁고, 사랑스레 받아들일 이야기를 담는 그림책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 어른들은 언제든 몇 시인지 알고 있어야 해. 또 뭐든지 치수를 재어 봐 … 어른들은 싫증을 금방 내지 ..  (16∼17, 21쪽)


  윌리엄 스타이그 님 그림책 《어른들은 왜 그래?》(비룡소,2008)를 읽습니다. 참말 어른들은 왜 그럴까 궁금하게 여기며 읽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은 모습을 느낍니다. 서로서로 한껏 즐거이 누릴 어른 삶이고 어린이 삶일 텐데, 왜 이렇게 한껏 즐거이 누리지 못하면서 낯을 찌푸리거나 하품을 하고 말까요. 그저 따사로이 마주하면 될 텐데요. 그예 보드라이 쓰다듬으면 될 텐데요. 그러니까 살갑게 어깨동무하면 될 텐데요.


.. 어른들은 있잖아, 혼자서만 운전을 다 하려고 하지 ..  (47쪽)

 


  아이들은 어른들을 바라보며 자랍니다. 어느 아이들은 ‘내가 바라본 어른하고는 다르게 살아야겠어’ 하고 다짐합니다. 어느 아이들은 늘 지켜본 대로 어른들 ‘슬프며 못난 짓’을 고스란히 되풀이합니다.


  아이들이 길바닥에 과자 껍데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까닭은 어른들이 으레 과자 껍데기이든 담배꽁초이든 무어든 길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거친 막말을 일삼는 까닭은 어른들이 으레 거친 막말을 일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제 여리거나 가난하거나 못생기거나 아픈 동무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까닭은 어른들이 둘레 여리거나 가난하거나 못생기거나 아픈 동무를 돕거나 사랑하지 않으면서 들볶거나 모르쇠로 지내거나 등치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른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어른다울까요. 어른은 어떤 사람으로 사랑을 꽃피울 때에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폭 안기고 싶다 외치며 달려들까요. (4345.4.4.물.ㅎㄲㅅㄱ)


― 어른들은 왜 그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조세현 옮김,비룡소 펴냄,2008.2.29./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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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2-04-04 16:40   좋아요 0 | URL
어른이라 어릴때 어린왕자를 읽고 책에 나오는 그런 어른은 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이 비추더라구요
영원히 어린이로 살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어른이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ㅜㅜ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일까

숲노래 2012-04-05 02:00   좋아요 0 | URL
좋은 꿈 찬찬히 생각하시면
한결같이 아름다운 어른으로
지내시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