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앤 리브로 Library & Libro 2012.3
Library & Libro 편집부 엮음 / 도서관미디어연구소(잡지)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도서관과 라이브러리, 책과 리브로
 [책읽기 삶읽기 101] 도서관미디어연구소, 《라이브러리&리브로》 33호(2012.3.)

 

 

 


  도서관과 책을 이야기하는 잡지 《라이브러리&리브로》 33호(2012.3.)를 읽습니다. 2012년 3월에 33호이니 아직 얼마 안 되었지만, 이제부터 꾸준히 내놓을 수 있으면 머잖아 50호를 넘고 100호를 넘으며 200호를 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내놓은 책이기에 뜻있거나 값있지 않고, 새로 내놓는 책이기에 어설프거나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책이든, 책을 일구는 사람들이 따사롭고 사랑스레 글 하나 빚을 수 있느냐에 따라 뜻이랑 값이 달라집니다.


.. 도서관은 독서실 정도의 개념을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 지식을 탐구하는 곳인 동시에,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이 만나고 모이는 곳이 도서관이다. 이 두 속성을 공간적으로 푸는 과정에서 도서관 전체를 하나의 도시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게 되었다 ..  (12쪽/독일 건축가 이은영)


  대학교에 문헌정보학과가 있습니다. 사서자격증이 있고, 나라 곳곳에 크고작은 도서관이 섭니다. 대학교에도 도서관이 있고, 중·고등학교는 입시지옥인 한편 크고작은 도서관을 이럭저럭 갖춥니다. 초등학교에 도서관 마련하는 일이 널리 퍼졌으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한켠에도 아이들 읽힐 책을 꽂곤 합니다.


  사람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자리에는 으레 도서관이나 책꽂이를 갖춥니다. 책으로 사람을 가르치고 책을 들어 사람을 배웁니다. 곧, 책 하나는 이야기 하나 담는 그릇이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틀과 흐름과 넋을 보여주는 길동무나 길잡이 구실을 함께 합니다.


  사람은 어린이일 때나 어른일 때나 배웁니다. 어린이도 서로서로 가르치고, 어른도 서로서로 가르칩니다. 나이 다섯 살이든 열다섯 살이든 마흔다섯 살이든 여든다섯 살이든, 싱그러이 살아가는 넋이라면 언제나 배우고 늘 가르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고마움과 즐거움을 누릴 때에는 무엇이든 기쁘게 배우고 예쁘게 가르칩니다. 오늘 하루 어제 하루 고맙고 즐겁게 누린다고 느끼지 못할 때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어느 것도 가르치지 못해요.


  스스로 즐거울 때에 스스로 즐겁게 배웁니다. 스스로 고마울 때에 스스로 고맙게 가르칩니다. 어떤 지식이라서 배우지 않고, 어떤 지식이기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떤 자격증을 배우지 않으며, 어떤 자격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삶을 가르치고 삶을 배워요. 삶을 느끼고 삶을 좋아해요.

 

 


.. 좋은 시는 우리를 무감하게 길들이지 않고 매일 새롭게 아파하며 신생하게 한다 ..  (26쪽/이은정의 시읽기)


  날마다 즐거이 누릴 삶인 줄 느낄 때에는 시를 읽으며 내 넋이 온통 시가 됩니다. 언제나 고맙게 누리는 사랑이라고 느낄 때에는 그림 하나 읽으며 내 얼이 가득 그림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글 한 줄은 글 한 줄이 되어 즐겁습니다. 노래 한 가락은 노래 한 가락이 되어 기쁩니다. 그림 한 장은 그림 한 장이 되어 아름답습니다.


.. 서점에 가서 비닐에 포장된 이 책을 뜯어 보지 말자. 책값을 아까워 하는 사람은 영혼이 가난해진다 ..  (29쪽/류대성의 청소년책 읽기)

 


  논밭에서 땀흘리기를 아까워 할 때에는 곡식이든 푸성귀이든 제대로 얻지 못합니다. 땀방울 알뜰히 흘릴 때에 맛나게 먹을 곡식이랑 푸성귀를 거둡니다. 나무는 언제나 힘껏 길어올린 밥과 물을 가지마다 골고루 보내며 싱그러이 꽃을 피우고 소담스레 열매를 맺습니다.


  아이하고 보내는 나날을 사랑스레 여길 때에 아이가 씩씩하고 맑게 자랍니다. 아이하고 부대끼는 하루를 살가이 보듬을 때에 아이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큽니다.


  책값을 아깝다 여길 때에는 책으로 일굴 넋이 말라비틀어집니다. 품값을 아깝다 여길 때에는 내 삶이 말라비틀어집니다. 아이하고 손 맞잡으며 마실을 다니거나 아이하고 밭고랑이 나란히 앉아 김매기를 싫어할 때에는 내 밥그릇이 말라비틀어집니다. 아이하고 고운 말 어여쁜 말 섞기를 귀찮다 여길 때에는 내 말이 말라비틀어집니다.

 


.. 지난 2월 24일 ‘손바닥TV’에 출연해서는 “시인이 시는 안 쓰고 왜 그런 곳에 가 있느냐고 하는데, 이게 모두 시”라며 웃었다 ..  (39쪽/송경동 시인 만나기)


  모든 하루가 모든 책입니다. 모든 삶이 모든 이야기입니다. 시가 아닌 삶이란 없습니다. 시로 태어나지 않는 삶이란 없습니다. 시로 빚지 못할 삶은 없습니다. 시로 영글 수 없는 삶이란 없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소설로 태어납니다. 모든 이야기는 인문학이든 과학이든 철학이든 다른 이름 다른 옷을 입고 태어납니다.


  부엌에서 도마질을 하며 시를 쓸 줄 알기에 삶을 쓸 줄 압니다. 아이들을 씻기고 아이들 기저귀를 빨래할 줄 알기에 시를 쓰며 삶을 누릴 줄 압니다. 아픈 몸과 마음을 달래며 끙끙 앓기에 시를 쓰고 삶을 읽을 줄 압니다.


  아이한테는 어버이 말 한 마디가 사랑밥입니다. 어버이한테는 아이 말 한 마디가 믿음밥입니다.

 


..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이런 자리에서 이런 영어를 쓰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쓰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보다 ‘나 스스로 내 삶을 담으며 사랑할 말을 이렇게 놓치거나, 잃거나, 버렸구나’ 하고 더 깊이 생각하는 넋으로 곱게 추스르면 좋겠습니다.” ..  (42쪽/《뿌리깊은 글쓰기》 소개)


  좋은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합니다. 좋은 넋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밥상을 차리지 못합니다. 좋은 꿈이 아니고서는 좋은 말이 샘솟지 않습니다.


  삶을 책 하나로 꽃피우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할까요. 삶을 책 하나로 갈무리하며 열매를 맺으려는 사람들은 어떤 꿈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할까요.


  다달이 나오는 《라이브러리&리브로》 33호(2012.3.)는 어떤 사람들 어떤 삶과 어떤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을까요.

 


.. 우리 도서관(서울시립 어린이도서관)의 요즘 동향을 보면 교과 과정에 연계된 책들이 가장 많이 대출된다. 다른 도서관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몇 학년과 연계된 문학 읽기라든가, 과학 교과서와 연계된 과학 원리와 같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통계를 보는 입장에서 문학이나 학습 원리를 순수하게 바라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  (84쪽/서울시립 어린이도서관 대표 김윤순)


  아이들이 학교 교과서를 더 잘 외우도록 돕는 부교재 같은 책을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린다 하면, 도서관이 설 뜻은 없다고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지식을 외우고 점수를 따는 시험만 치르도록 하는 학교라면, 학교가 설 값어치는 없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아이들 삶을 사랑하며 아이들 꿈을 밝히는 책을 만나지 못한다면, 아이들 믿음과 이야기를 북돋우는 어버이하고 하루하루 예쁘게 누리지 못한다면, 아이들한테 도서관은 어떤 뜻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동무를 곱게 사귀며 즐거이 어깨동무하지 않고서,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점수따는 겨루기를 일삼는다면, 학교란 이 지구별에서 아무 값어치를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98쪽짜리 조그마한 잡지 《라이브러리&리브로》 하나로 어떤 삶을 밝힐 만할까요. 조그마한 잡지 하나는 사람들 삶에 얼마나 스며들 만할까요. 조그마한 잡지 하나에 서린 이야기 하나는 우리들 아름다운 터전을 얼마나 따사로이 품을 만한 손길이 될까요.

 

  초등학교에 들어서는 ‘잉글리쉬 존’처럼, ‘코리아’ 아닌 한국땅이지만, 도서관보다는 ‘라이브러리’를 말해야 합니다. 책을 책이라 적기보다는 ‘冊’으로 적어야 맛이라 여기는 지식인이 꽤 많고, ‘book’으로 적는 기자가 무척 많으며, 그예 ‘리브로’를 이야기하는 책일꾼이 많습니다. (4345.3.16.쇠.ㅎㄲㅅㄱ)


― 라이브러리&리브로 33호 (도서관미디어연구소 엮고 펴냄,2012.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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