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초등학교 사내아이 발차기

 


  읍내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앞서, 초등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얼음과자 하나를 산다. 마침 초등학교 마칠 무렵이라 아이들이 바글바글. 문득 생각하는데, 이 초등학교 앞 편의점은 예전에 편의점 아닌 작은 가게나 문방구가 아니었으랴 싶다. 편의점에서 파는 먹을거리 가운데 ‘초등학생한테 팔 만한 값싸고 작은 먹을거리’가 눈에 아주 잘 뜨이는 자리에 퍽 많이 놓였다.


  나는 갓난쟁이를 안고, 옆지기가 첫째 손을 이끌고 얼음과자를 산다. 나는 문간에 서서 기다린다. 초등학교 어느 사내아이가 동무인 듯한 가시내 가방에 발차기를 한다. 그런데 이 발차기가 바로 내 코앞에서 벌어졌다. 사내아이는 곧장 ‘어른인 내’ 눈치를 본다. 불쑥 한 마디를 내뱉으려다 꾹 참고는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다가 눈길을 홱 돌렸다.


  사내아이는 가시내한테 무어라 한 마디를 내뱉으려 한 듯한데 더는 무언가 말하지 못하고 가게 안으로 쑥 들어가며 참 우악스러운 개구쟁이 짓을 한다. 이러면서 ‘어른인 내’ 눈치를 자꾸 본다.


  편의점 바깥으로 나온다. 초등학교 나들문을 바라본다. 읍내뿐 아니라 면내 초등학교도 이와 엇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골 초등학교뿐 아니라 도시 초등학교도 이와 매한가지 아니랴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아이 아버지인 내가 짜증스럽거나 뭔가 골을 부릴 때 얼굴을 보면 되게 무서운 낯빛’이라고 옆지기가 들려주던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아까 그 초등학교 사내아이도 제 가시내 동무 가방에 발차기를 하다가 코앞에서 ‘덩치 크고 갓난쟁이를 앞에 안은 어른’이 뻔히 쳐다보았으니 불벼락 같은 말에다가 꿀밤이 날아왔을까 하고 두려워하지 않았겠느냐 싶다. 게다가 내가 이 녀석을 바라보며 좀 많이 짜증스럽게 노는구나, 이 따위 녀석이 다 있나, 하고 생각했으니, 내 낯빛은 보나 마나 아주 사나웠겠지.


  그러니까, 아이가 내 눈치를 보며 뒤로 한몸을 빼기도 했지만, 저보다 기운센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를 못하고, 저보다 여린 아이한테는 마구 발차기를 하는 꼴을 보면, 내가 무어라 말을 하거나 꿀밤을 먹이더라도 하나도 달라질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나쁜 일만 쳇바퀴처럼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한다. 읍내마실을 하다가 읍내 도서관 한쪽 걸상에 앉은 옆지기가 둘째한테 젖을 물리면서 나한테 하던 말을 되새긴다. 옆지기는 우리 시골마을에 학교를 하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다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택시 일꾼한테 아무렇지 않게 ‘나(아버지)는 시골 도서관을 열고, 옆지기(어머니)는 시골 학교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골 도서관지기로 살아갈 테고, 옆지기는 시골 학교지기로 살아가리라는 생각이 아주 굳어진다.


  우리 아이들부터 바보스레 자라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우리 아이들하고 함께 햇살과 바람과 물과 흙을 누리는 또래 아이들 누구나 바보스레 크기를 꿈꾸지 않으니까.


  서로서로 좋은 사랑을 듬뿍 먹으며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부터 어른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으로 보금자리 빛내고 어여쁜 믿음으로 마을을 살릴 수 있기를 꿈꾼다. 아이들아, 네 좋은 동무한테는 발차기가 아니라 따스한 손길이랑 보드라운 눈길이랑 살가운 마음길을 나누어야지. (4345.3.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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