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294) 양量- 4 : 양껏
.. 일본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서점에서 고양이 사진집을 양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고경원-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아트북스,2010) 305쪽
“일본 여행(旅行)의 즐거움 중(中) 하나”는 “일본을 여행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나 “일본마실에서 누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다듬습니다. ‘서점(書店)’이나 ‘사진집(-集)’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책방’이나 ‘책집’으로 손보거나 ‘사진책’으로 손볼 수 있어요. “볼 수 있다는 것이다”는 “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나 “볼 수 있는 일이다”로 손질합니다.
양껏 볼 수 있다는
→ 마음껏 볼 수 있다는
→ 실컷 볼 수 있다는
→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 내키는 대로 볼 수 있다는
→ 바라는 대로 볼 수 있다는
→ 신나게 볼 수 있다는
…
외마디 한자말 ‘量’에 한국말 ‘-껏’이 붙은 ‘양껏’은 ‘마음껏’이나 ‘실컷’으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뜻을 곰곰이 살피면, ‘배불리’나 ‘배부르게’나 ‘푸지게’나 ‘푸짐하게’로 손볼 만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리면, ‘넉넉히’나 ‘넉넉하게’로 고쳐쓰는 길이 열립니다. 이러한 뜻은 ‘즐겁게’나 ‘기쁘게’나 ‘신나게’로 더 이어집니다.
한국사람 가운데 한국말을 빛내는 분이 몹시 드뭅니다. 몸은 한국사람이지만, 정작 한국사람답게 제 넋과 얼을 북돋우는 길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열어야 말길을 엽니다. 생각을 가다듬어야 말결을 가다듬습니다. 생각을 빛낼 때에 말꽃이 빛납니다.
말 한 마디에 사랑을 싣고, 글 한 줄에 꿈을 담습니다. 말 한 마디이기에 더 사랑스레 나누며, 글 한 줄이라서 한결 따사로이 돌봅니다. (4345.3.7.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