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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が見た戰爭 (單行本)
石川 文洋 / 新日本出版社 / 2009년 8월
평점 :
(이 글에서 말하는 책은 안 뜬다. 그러나 다른 책은 꽤 뜨니 반갑다. 이런 책들이 한국말로도 옮겨지면 얼마나 반가울까.)
사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2] 이시카와 분요(石川文洋), 《報道カメラマン》(朝日新聞社,1991)
사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쥐기 앞서, 나 스스로 사진이 무엇인가를 헤아리고 살펴 깨달아야 합니다.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장만하기 앞서, 나 스스로 내 삶은 어떠한 길을 걷는가를 똑똑히 돌아보며 제대로 알아채야 합니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사랑하는 대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휘두르기 앞서, 나 스스로 사랑이 어떠하고 사랑하는 눈길과 마음길은 어떠한 결인가를 느껴야 합니다.
단추를 누르는 기계질은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예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사진기라는 기계를 장만해서 단추를 누른다 해서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하고 싶으니 사진기를 빌립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사진기도 빌리고 붓도 빌리며 연필도 빌립니다. 때로는 텔레비전을 빌리고 때로는 컴퓨터를 빌리며 때로는 자전거를 빌립니다. 온몸으로 예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이녁이 그리는 그림을 더 꼼꼼히 그린다든지 나중에 느긋하게 그리려고 사진기를 빌려 사진으로 ‘그림쟁이가 바라본 모습’을 옮깁니다. 사진기를 써서 ‘어떤 모습을 옮긴다’ 할 뿐, 이렇게 옮기는 일은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초·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나온 박물관에서 ‘알림판에 적힌 글’을 수첩에 옮겨적는대서 ‘글쓰기’라 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손전화나 디지털사진기 따위로 ‘알림판에 적힌 글’을 쉽게 옮긴대서 ‘사진찍기’라 하지 않아요.
사진을 찍는다고 할 때에는, 삶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담는다고 할 때에는, 사랑을 담는다는 뜻입니다.
정부를 이끄는 이들이 나쁜 짓을 일삼아 시위를 하거나 집회를 하는 모습을 찍는다 하는 보도사진은 ‘사진기 단추만 누를 때에는 사진도 보도사진도 되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신문이나 잡지에 싣는 ‘기사’나 ‘보도자료’나 ‘구경거리’만 됩니다. 시위나 집회, 사건이나 사고, 사람들 터전에서 생기는 온갖 일을 ‘사진찍기’로 보여준다 할 때에는, 시위나 집회를 비롯한 온갖 일들에 어떤 이야기가 깃드는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야기로 우리 삶을 어떻게 헤아리며 사랑하려 하는가 하는 넋을 두루 보여줍니다.
패션모델을 사진으로 옮긴대서 패션사진 찍기가 되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돈벌이와 구경거리는 될 뿐입니다. 패션모델을 앞에 놓고 사진찍기를 하자면, 모델이 입은 옷으로 어떠한 꿈과 이야기를 사람들하고 나누려 하는가 하는 넋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곧, ‘알몸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수많은 대회나 잔치라든지, 이러한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나서는 이들 어느 누구도 막상 ‘사진찍기’는 안 하거나 못 하는 셈입니다. 한 마디로 가벼이 노닥거리면서 여자 알몸을 ‘훔쳐보기’ 하거나 ‘대놓고 구경하기’를 할 뿐입니다.
보드라운 살결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갈라지고 터진 굳은살 박힌 손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름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낄 사진이란, 아름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아름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눈길로 바라보며 어깨동무할 때에 태어납니다.
이시카와 분요(石川文洋) 님이 내놓은 사진책 《報道カメラマン》(朝日新聞社,1991)이 있습니다. 1052쪽에 이르는 손바닥책입니다. 이시카와 분요 님은 《報道カメラマン》에 앞서 《戰場カメラマン》(1986)을 내놓았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일하는 사람 땀방울과 발자국이란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 밝히는 책입니다. 사람이 빚는 아름다운 사랑을 느끼고, 사람이 빚는 슬프며 모진 전쟁을 부대끼며, 사람이 빚는 메마른 손길에 아파하고, 사람이 빚는 따사로운 마음길에 봄햇살을 맞아들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진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생각하며 느껴야 합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요. 사진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노상 헤아리며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느끼며 껴안아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을 헤아립니다. 사람이 사랑하는 꿈을 살핍니다. 보도사진은 신문사진이 아니요, 보도사진은 사건사진이나 전쟁사진이 아닙니다. 보도사진이란 내 둘레 사람들 이야기를 내 삶 이야기로 맞아들여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을 찍는 사람이란 구경꾼이 아니라 내 삶을 온마음으로 아끼면서 온몸으로 부대끼는 꿈을 찍는 사람입니다. (4345.3.6.불.ㅎㄲㅅㄱ)